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어른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특히 박통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성이 썩어서 안돼!  정신차릴려면 박통같은 사람이 다시 나와야돼 등등....
한때는 이 말에 대들다가 밥상이 뒤집어진 적도 있었고 그래서일까?
국민성이니 습성이니 어쩌고 하는 말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게....
게다가 당시 난 세상에 국민성이니 하는 비과학적인 것은 없노라고,
모든 것은 결국 사회경제적 상황이 만들어놓은 환상이라고 주장하며 열렬한 사회과학주의에 빠져있던 때니 더더욱 그런 주관적인 냄새가 팍팍 풍기는 말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살아보니 웃기는게 여전히 국민성 어쩌고 하는 말에는 동의가 안되지만 묘하게도 인종이나 민족이 다르면 반응양식도 달라지는 뭔가가 보이는거다.
집단의식이나 행동양식, 반응양식??? 아니면 진중권의 표현대로 -뭐 거슬러올라가면 부르디외의 말이지만 - 하비투스=습속???
하여튼 뭐라 부르든 말이다.
어쨌든 이게 내가 아는 박통을 그리워하던 어른이 말하던 국민성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은 사족일테고....
구체적인 공통의 역사경험, 문화적 경험이 만들어놓은 공통의 대응방식이랄까?
어쨌뜬 이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경험이 달라지면 변해갈 것임은 또 분명하다.

그러면 결국 오늘 한국인의 그러한 공통의 습속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이행이 순조롭지 못했던 우리 역사에서 근대에 맞는 신체를 재빨리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군사적 규율이 동원됐고 이는 온 사회적 구성원들의 몸에 군사적 규율을 각인시킨다.
전근대적 습속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근대로의 이행과 또 근대의 신체를 그대로 간직한채 정보화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해버린 한국사회.
사실상 이런식의 논지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 내가 알기로는 박노자씨나 한홍구씨의 경우 이 문제가 아니면 뭘로 책을 쓸까 싶을정도로 많이 얘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다만 새로운 것은 역사나 정치, 사회 등 거대 담론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  작은 사건들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이 책갈피 곳곳에서 펼쳐진다.
뭐 굳이 나는 자유롭다 나는 아니다라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해진다.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살고있는 이상 여기서 제기한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은 없을테니...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같은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 이것은 어쩌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의 출발점인지도 모르겟다.

끊임없이 나를 다시 보기. 익숙한 것들을 뒤집어보기 - 나를 제대로 아는 길일테다.
그게 국민성이든 습속이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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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진중권님의 책은 일단 관심이 가는 편이랍니다.

바람돌이 2007-04-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중권씨의 그 직설적인 화법을 좋아하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