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과 여전사 2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가히 꽃미남의 전성시대다.
대중매체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꽃미남들을 내보인다.
처음에는 신선했으나 그것도 워낙에 대량생산되다보니 요즘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싶게 얼굴 구분조차 제대로 안간다.
드라마나 영화들이 보여주는 여성도 많이 바뀌었다.
옛적에 <에이리언>에 시고니 위버가 나왔을때만 해도 무척이나 신선한 여주인공이었었는데....
뭐 요즘에는 차고 넘치는 여전사들이다.
굳이 총같은 무기를 들지 않더라도 자신과 세상에 대해 당당하고 도전적인 여성들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대중매체에서 보여지는 꽃미남들과 여전사들의 공통점은?
뭐 둘다 무지하게 아름답다는거다.
근육질을 과시하며 여전사의 대표자로 떠오른 안젤리나 졸리를 보라!
이미지와 상관없이 일단 무지하게 예쁘다.
못생겼으나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진짜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단 못생긴건 상품이 안돼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얘기다.

이명옥씨가 최근의 이런 경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고자 한다.
왜 최근에 기존의 남녀 이미지를 역전시키는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
그렇다고 뭐 사회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분석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저자는 그저 인간의 최고의 아름다움은 양성성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할 뿐이다.
원래 그랬다는 것이다.

1권의 1장에서는 동서양의 신화, 종교, 예술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인간의 원형은 남녀양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얼핏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안가는 예술작품들을 풍부한 도판으로 보여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재료로 쓰고 있다.
또한 2권에서는 신화와 역사속에서의 꽃미남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여성성이 어떻게 미적인 열광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럼으로써 미의 전형이 여성적인 남자인지를 얘기한다.
또한 여전사의 이미지의 원형이 되는 여성들을 신화와 역사속에서 소개하기도한다.

사실 최고의 미가 남녀양성성에 있고 인류의 시작에서는 그것을 최고로 쳤다고 주장한 저자의 주장에 별로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최고의 미라는게 과연 뭔가 하나의 틀로 그렇게 규정지어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하고싶을 뿐이다.
어차피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가장 주관적인 감정이다.
저자가 예로들었던 조르주 상드의 경우를 보더라고 그년느 객관적으로 결코 미인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꽃미남 추종자들을 거느렸다.
그것은 저자가 주장하듯이 그녀가 그녀속에 남성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재능, 자신감, 당당함이 남성적인 특성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사실 짜증이 좀 난다.
그녀의 인간으로서의 매력과 능력 - 남성적 특성이 아니라 - 이 그런 일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지게 된 즐거움이 왜 없었겠는가?
논의를 풀어나가는 와중에 역사와 신화상의 인물들을 다양하게 만나는 즐거움.
풍부한 도판들 속을 여행하는 미적 체험.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다.
다만 여기까지이다.
저자의 논의는 남녀의 구분을 초월한 이상적인 미를 얘기하고자 했으나 그녀는 절대로 관습이 정한 남녀의 분리선을 넘지 않는다.
저자는 꽃미남들을 얘기할때는 관심의 대상이 바로 그들의 외모이다.
여성에게 흔히 갖다대어지던 잣대를 그들에게 갖다댄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여전사에게는 그녀들의 능력이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그들은 남성적인 여성이 되는 것이다.

아예 숫제 남성의 특징, 여성의 특징이라는 걸 전제해버리고 전개되는 논의는 별로 신선하지 않다.
그녀의 의식속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관념이 정하는 그 분리선을 철저하게 전제한체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발적인 그녀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글은 지나치게 평범하며 결론 역시 진부하다.
남성과 여성의 분리를 넘어서는 통합적인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통찰은 역시 힘든걸까?

지나가는 말.
저자 이명옥씨는 제목을 참 잘뽑는다.
그녀의 전작이었던 <팜므파탈>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그게 그의 능력인지 아니면 출판사 편집자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만큼 선정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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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4-0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범위와 분량이 정말 장난이 아니시군요.. 으흑... 제가 먼저 출발했었는데 어느덧 님의 리뷰 수가 제 두배예요.. ^^;

짱꿀라 2007-04-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시군요. 역시 바람돌이님의 독서량은 엄청나시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언제나 쫓아 갈런지. 저두 열심히 읽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게을러서요.

바람돌이 2007-04-1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제가 우리집 애들이 예찬이만했을때는 한달에 1권도 채 못봤던 것 같은데요. 아이 키우는게 정말 장난 아니잖아요. 하지만 책으로도 절대 얻을 수 있는 가르침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그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아요.
산타님/양보다는 질이라고 항상 생각하는데 문제는 제 독서는 질이 별로 담보가 안되는 것 같아요. 갈수록 어려운 책은 읽기 싫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