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전쟁 -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
윌리엄 쇼크로스 지음, 김주환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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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와 닉슨이 캄보디아의 폭격을 결정하는 장면들을 읽으며 문득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 아래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걸 알면서, 그것도 아무 대비도 죄도 없는 민간인들이 살고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무지막지한 폭탄을 투하하라고 명령하는 사람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흔한 말로 그런 인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혼자서 Ÿ셉떳듯 질문을 던지자 냉큼 답변이 돌아온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으면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은 수치지 더 이상 사람으로 안여겨져요. 나는 더 이상 인간의 성선설을 믿지 않아요.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면 언제든지 악으로 돌아설 수 있는 존재라구요"라는 대답이....
"그렇지!!!"라고 수긍하면서도 역시 마음은 갑갑하다.
어떻게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놓고 몇명 안된다라는 수치로 돌릴 수 있는건지...
단 하나의 인간의 삶이 그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일수 있는 것을....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던 1969년
미국은 남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국경지역에 대한 폭격을 결정한다.
이른바 호치민 루트라고 불리우던 북베트남의 보급선과 지휘본부를 없애기 위해서....
처음에는 아주 짧은 시간에 60회정도 B-52전투기를 출격시켜 공습을 단행하면 모든것이 일거에 장악될 줄 알았단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한번 시작한 폭격은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출줄은 모른다.
이것이 닉슨과 키신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고,
미국 의회와 미국민이 알지 못했다고 해서 미국의 책임이 모면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그 아래에 있던 캄보디아 농민들은 아무런 대비없이 죽어나가야 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죽은 이의 숫자는 80만이니 100만이니 하지만 정확한 숫자가 무에 중요하랴?
그 많은 목숨들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갔는데....
더 이상 고요한 농촌은 없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고 농촌은 황폐화되어갔다.
폭격의 시작에서 지상군의 파견까지
캄보디아의 농민들은 살기 위해 난민이 되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고
한때 캄보디아의 농업생산력은 폭격 이전 생산력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
단지 폭격만이 아니라 이러한 농업생산력의 파괴가 가져올 결과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처참한 식량난!
거기에 얼마안되는 식량원조를 하며 생색을 내는 미국은 또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친미정권 론놀 정부 역시 캄보디아 민중의 편은 아니다.
그들은 무능했고 부패했다.
미국의 원조로 주어지는 물자와 무기를 통해 그들의 부를 축적해나가면서 민중의 삶은 방치된다.
미국과 론놀정권이 크메르 루주를 키웠다.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주는 원래 소수세력이었단다.
인구의 대다수가 농민인 나라에서 더군다나 전쟁 이전의 캄보디아 농민들은 소규모의 자작농이 압도적이었단다.
그런 상황이라면 사회주의적인 주장이 먹혀들기는 아무래도 어려울터....
그런 크메르 루주를 승리자로 만들어준것은 민중의 지지를 만들어준것은 바로 그들의 적들이었다.

크메르 루주 - 킬링필드로 알려진 이름.
바로 이 크메르 루주덕분에 미국이 캄보디아에 행한 가공할 폭력은 또 가려져 버리니 이 얼마나 큰 아이러니인가?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가려주고 성장시켜는 적이라니....
미국과 론놀정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수도 프놈펜으로 입성한 크메르 루주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10대의 어린 소년들이었다.
그들과 그들의 이후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밀림에 갇혀 있었으며 너무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된 속에서 고통당해왔다.
그속에서 그들이 극단적으로 경험했을 공포와 적의들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승리했으나 여전히 미국은 건재했고,
아니 건재할 뿐 아니라 여전히 아주 강력한 적으로 바로 옆에 존재했고
그들이 금방이라도 다시 반격하리라는 것은 아마 아주 구체적인 두려움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극단적인 두려움은 극단적인 처방을 낳는다.
프놈펜 도시민- 단 하나의 예외도 없는 전 인구의 전국적인 소개방침.
환자도 예외없이 그들은 크메르 루주가 지명하는 곳으로 떠나야 했다.
적에 대한 두려움은 혹시 다시 적이 될 지모르는 국내의 모든 사람에 대한 학살로 대치됐고....
그들이 부닥친 식량난은 전국민의 조직화와 동원체제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죽음의 땅 캄보디아는 어쩌면 크메르 루주의 이념이 아니라 생존본능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학살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크메르 루주의 학살은 크게 부각시키고 거기에 얹어서 미국의 학살은 슬쩍 비켜가는 것은 너무나도 부당하다.
어쩌면 크메르 루주의 그 학살까지 근원을 따지고 들어간다면 바로 미국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할 수없을테니 말이다.


미국의 거대 자본을 위한 전쟁과 그 전쟁에 희생되는 약소국의 민중들.
거기다가 약소국의 정치구조 사회구조마저 바꾸어놓아버리는 미국의 폭력!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 스토리.
왜 이 뻔한 스토리는 세기가 바뀌어도 늘 반복되는지....
아무리 재밌는 코미디도 그나물에 그밥이 계속되면 몰락하거늘
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늘 반복되는지에 대해 이 책은 대답하지 않는다.
책은 아주 충실히 르포 형식으로 당시의 상황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저자의 상상력과 자료의 결합이 훌륭하다.
자 보시라!!
이렇게 된 일이다. 이제 당신은 무얼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듯....
대답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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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2-0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맨 앞의 추천사들만 빼고 잘 읽었어요. 씨엠립 그 헌책방.에서 원서도 사왔는데, 역시나 미뤄두고 있던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7-02-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 책의 단점을 두분이 몽땅 지적해주셨군요. 전 별 하나 빼면서 그걸 쓸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책인데 그것 때문에 혹시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망설일까봐 일부러 뺐거든요.
바람구두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만듦새의 엉성함은 그래도 참아줄 만한데 곳곳에 보이는 오탈자들이 영 거슬립니다.
하이드님 저도 맨 앞의 그 주례사 추천사 정말 아니다 싶었어요.그 추천사 읽다가 혹시 내가 저자를 잘 못알았나 싶어 다시 들춰봤다니까요.
그 두가지 빼면 다 좋은 책인데.....안타까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