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사이언티스트 - 에밀리와 볼테르, 열정의 과학 로맨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최세민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18세기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진보한 나라였으나, 지금 우리 눈으로 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사회였다. 여성은 남편에게 채찍질과 매질을 당하기 일쑤였으나 법에 호소할 수 없었다. 동성애자는 공공장소에서 화형당하거나, 쇠갈고리고 몸이 갈기 갈기 찢긴 다음 쓰레기장에 버려지는게 다반사였다.  - 10페이지 들어가는 말 중에서...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18세기는 계몽사상과 프랑스 혁명의 시대로 연상된다.
그 새로운 시대를 연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사람이 바로 볼테르이고...
이 책은 그러한 시대에 그러나 여성에게는 전혀 계몽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에밀리 뒤 샤틀레라는 한 귀족 여성의 삶을 추적해간다.

그녀는 요즘말로 빵빵한 귀족집안 출신이었으며 그 시대 소녀들이 다 그러했던 것처럼 집안의 정략과 적당한 거래의 결과로 결혼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그녀는 그 시대 다른 귀족여성들이 화려한 궁정생활과 사치에만 눈을 돌리던 시절 그녀의 어머니가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학문에 열정을 불태운다.
그리고 볼테르를 만나고 그와 사랑을 하고 과학을 연구하고 논한다.

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당시 프랑스에서 어떤 남자보다도 뉴튼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빛의 성질을 연구하고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대한 논리를 발달시켜 나간다.
그녀의 연구는 후에 사진술 발명과 적외선 발견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아이슈타인의 저 유명한 공식 E=mc2의 제곱 개념도 사실상 에밀리의 연구에서 나온것이란다.

이렇게 대단한 여성이라면 과학사의 한페이지쯤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훨씬 후에 나타난 퀴리부인이 여자임에도 과학사의 중요한 한 장을 할애받는 것처럼....
하지만 불행히도 에밀리가 살았던 시대는 여전히 여성에게는 야만의 시대였다.
따라서 그녀는 그녀의 재능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며
또한 볼테르에 가려버린 존재였다.

볼테르와 에밀리는 어떤 관계였을까?
그 둘은 거의 공인된 연인 - 정부관계였단다.
(여기서 당시 프랑스 상류사회의 결혼관이나 연애관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결혼과 연애는 기본적인 몇가지의 룰만 지킨다면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거의 무한대의 자유를 누린다.)
또한 둘의 연애관계가 평생을 오직 한사람만 바라본 지고지순한 것이었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니다.
서로에게 질리고 힘들어질때마다 그 둘은 각자 다른 연인을 찾아나섰다.

그럼에도 그 오랜 세월동안 둘을 묶어준 것은 학문과 문학이었다.
볼테르는 어떤 사람도 에밀리만큼 지적으로 그를 자극하며 새로운 페러다임의 문을 열어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에밀리 역시 누구도 자신의 과학적 견해나 연구를 볼테르만큼 잘 이해하고 인정해준 이가 없었다.
둘은 에밀리 소유의 파리 근교 시레이성에 둘의 연구실을 차리고 연인으로 학문적 동반자로 삶을 함께 한다.
물론 그들의 삶은 전혀 평탄하지않았다.
볼테르는 이 책에 의하면 영웅주의적 자만심이 심한 사람이었고
그의 그러한 면은 끊임없이 자신과 에밀리에게 위험을 닥치게 한다.
그러한 볼테르의 뒤를 늘 챙기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늘 에밀리였고...

또한 문학에서는 에밀리가 따라갈 수 없는 볼테르였지만
과학과 수학에서는 정 반대였다.
둘의 상황이 안정적이고 연구와 실험이 초반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둘의 관계는 이상적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삶의 자잘한 문제들이 그들을 괴롭힐때면 둘은 경쟁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 책에 의하면 볼테르쪽에서 더 그런 경쟁심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늘날 계몽사상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볼테르의 인간사회에 대한 통찰이
바로 에밀리가 제기했던 과학과자연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뉴턴이 밝힌 자연의 질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인간사회에도 그러한 합법칙성이나 새로운 질서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당연히 들게햇고 어쩌면 그것이 근대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내에서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 이외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아니 오히려 경원시되던 시대에 자신의 삶의방식을 스스로 선택한 에밀리는 시대의 선구자일 것이다.
하지만 볼테르는 선구자로 남았고
그녀는 아이를 낳다가 죽은 이후로 잊혀져갔다.

그녀의 삶은 당시의 다른 여성들의 삶과 비교한다면 굳이 불행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녀는 부자였고, 돈이 떨어질때면 베르사유 궁에서의 도박같은 걸로 보충할 수 있었고 또한 귀족이었다.
남편은 그녀의 삶을 인정했고
그리고 그녀에게는 볼테르라는 학문적 동지이자 연인도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불행했다면 그것은 천재적이었던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없는 당시의 사회구조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여성의 삶 치고는 평온한 것이었다고 얘기한다면 에밀리에게 항의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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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꾹 누지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