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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2 - 영국의 세기
브라이언 모이나한 지음, 애너벨 메럴로.세러 잭슨 사진편집, 김상수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표지의 저 둥근 안경테의 해맑은 아이의 얼굴.
1951년 국민건강보험의 실시로 안경을 지급받고 뿌듯하게 웃고있는 소년의 얼굴이다.
저 소년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대영제국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앞에 가려졌던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일게다.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을 이루고 그 힘으로 세계의 지배자가 된 조그만 섬나라의 20세기의 역사는 그 시작이 절정이었고 그 끝은 제국의 몰락이었다.
하지만 붕괴는 아니었다.
영국 하면 참 궁금한게 있었다.
수많은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대부분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토는 어쨋든 형식적으로는 붕괴되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영국은 이전의 그 식민지 출신 국가들을 다는 아니라하더라도 상당부분을 영연방으로 묶어 둘 수 있었을까?
그것이 형식적인 연방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또 한가지 그런 나라에서 왜 아일랜드는 그 분규와 테러속에서도 아예 떼버리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는걸까?
이런 질문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답을 찾고자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평소에는 내가 거의 인정하지 않는 개념인 '민족성-국민성'이라는 대답에 도달하게 된다.
영국인 하면 떠올리게 되는 말에 '영국신사'라는 말이 있다.
물론 내 주변에서 이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의 용법은 아주 웃기는 짬뽕이지만
그 말에서 풍기는 영국인의 이미지는 냉정함, 도도함, 사려깊음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내가 그 말에서 느끼게 되는건 다른 것이다.
바로 극단을 싫어하는 균형감각이라고나 할까?
어떤 일이든지 그것이 완전한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그들은 한 발 물러서 명예로운(?) 퇴진, 후퇴를 선택한다는....
그것이 식민지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비교적 쉽게 그들을 퇴진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 덕분에 일부 지역에서는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영연방이 남아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영연방은 그들의 선조들이 이주해서 만든 식민지가 많다는 게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겠지만...
2차세계 대전에서도 드라스덴을 비롯한 독일지역에 대한 극단적인 폭격을 실시했던 군인은 이후 그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훈장조차 받지 못했단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처칠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전후 그는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한다.
2차대전이라는 전쟁에 질린 영국인들은 노동당을 선택하고...
이후 영국은 사회복지와 노동조합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또 그것이 하나의 극단적인 노동조합주의로 제국의 쇠퇴와 경제불황으로 치닫게 되자 마거릿 대처의 등장으로 보수로 급속히 회귀하고....
지금의 영국은 보수당 내 진보세력쯤 되는 노동당이 집권하며 전세계 좌파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영국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인이 생각하는 영국의 모습.
아일랜드 문제나 포클랜드 전쟁의 경우에도 그들은 명예로운 퇴진이 가능했다면 아마도 그러했을지도 모르겟다.
하지만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북아일랜드가 여전히 영국의 편에 남기를 원하고 포클랜드의 영국인 출신들이 여전히 영연방으로 남기를 원하는 한 그들은 명예로운 퇴진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먹을거 하나 없는 포클랜드 전쟁에 그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는가말이다.
자본주의의 고향에서 전혀 자본주의적 계산으로는 이익될게 없는 전쟁이라니....
가장 먼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여전히 봉건시대의 유산인 왕실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우려먹고 있는 나라
어쩌면 그렇게 어울릴수 없는 것들을 어울리게 만들어버리는것 역시 그들의 균형감각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겟다.
그들처럼 제국주의 국가가 아닌 식민지 출신인 나에게 이 책은 그리 맘 편하게 끄덕이며 읽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식민지의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낀다거나
곳곳에 내가 생각하는 진보의 증거들에 대한 비판들까지
읽어내기에 꽤 불편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외의 면에서 영국을 다시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