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학자들의 노력과 일반 관광객의 기대는 사뭇 상충된다. 관광객들은 좋은 그림만을 원한다. 20세기에 살고 있는 그들은 온갖 문명의 이기를 동원하여 편리하고 한가하게 앙코르까지 여행을 와서 1860년 앙코르를 발견한 앙리 무오가 느꼈을 감탄과 경이로움을 체험하고자 한다. 이들은 시대착오적인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장쾌한 효과가 있는 낭만적인 풍경, 거대한 나무뿌리가 유적을 반쯤 삼키고 있는 폐허다.'(151쪽)
이 책의 저자의 말은 아니고 앙코르 왓트의 완전한 해체 복원을 주장했던 고고학자 모리스 글레즈의 연설문 중 일부란다.
결과는 일부는 해체복원하고 일부는 즉, 영화 <툼 레이더>를 찍었던 따 쁘롬 사원 같은 것은 정글의 나무들이 뒤엉킨 그대로 유지하고 하는 식의 절충으로 갔단다.
근데 읽으면서 뜨끔하다.
온갖 문명의 이기를 동원해 지 몸 하나는 편리함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얼토당토않은걸 요구하는 관광객이라니......
지금 앙코르 와트에 필 꽂혀있는 나를 딱 정확하게 지칭하는 말이 아닌가?
이렇게 나를 객관화 시켜 보는 눈은 불편하다.
나의 치부를 들킨 듯 부끄럽고 괜히 화끈거린다.
좀더 몸과 마음을 낮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