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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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의 이야기!  그것도 미국 작가가 쓴....
솔직히 별로 안 땡기는 소설이었다.
9.11 테러는 악몽이었지만 그 이후 벌어진 더 큰 악몽앞에 자신의 상처가 더 크다고 들이미는 것 같아서...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를 외면하고 싶어지는 심리랑 같다.

그럼에도 책을 덮은 순간 거대한 슬픔이 몰아친다.
거대 담론속에 묻혀버린 개인으로 돌아가면 상실의 아픔과 상처는 결국 누구에게나 같은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나의 어줍잖은 거대담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
한 개인에게 가장 사랑하는 이를 누군가의 폭력에 의해 잃는다는 것은 모두 똑같은 무게를 지닌다는 것을 새삼스레 몰랐던 듯 깨닫는다.
미국의 아이도, 아프간의 아이도, 이라크의 아이도.....

2차대전 드라스덴 공습에서 살아남은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평생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차라리 소리내어 울고 고함치고 분노할 대상이라도 구체적이었더라면....
폭탄을 내리퍼부었던 비행기에, 아니면 국가에?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은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산산조각내 버렸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잃을까봐 다시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삶!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것에 결국 말을 잃어버린 삶.
같은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서로 위로조차 해줄 수 없었던 부부의 삶
하나로 완전히 합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었던 그들 사이의 무수히 많은 존재와 무의 공간들.

오스카는 9.11때 아버지를 잃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고,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끝내 받지 못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남겼다고 생각되는 열쇠 하나의 정체를 찾아 끊임없이 뉴욕시내를 헤매는 아이.
오스카는 단지 뭔가를 해야 했을 뿐이다.
슬픔에 억눌려 숨막히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고통 슬픔은 끊임없는 수다속에 묻혀있다.
역설적으로 말을 잃은 할아버지는 엄청난 수다를 글로 뱉어낸다.
슬프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에 잡아먹힐것이 두려운듯 시끄럽게 시끄럽게......
그러다가도 수다와 수다 사이 여백들은 주인공들이 슬픔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순간인듯 아프다.

끝내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오스카의 바람은 오스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와 죽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오스카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옛날에 그랬어 하고 얘기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부디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스카를 도울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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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중에 옆지기와 아이들이 외출을 했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간김에 간단한 장보기도 부탁했었는데
올 시간이 훨씬 지나도 오지를 않는거다.
전화기는 아이가 나몰래 가져가 버려서 연락할 방법도 전혀 없고....
평소라면 가볍게 걱정하는 정도겠지만 이 책을 읽는 중에 이런 일이 생기니 안절부절하게 된다.
도저히 못견뎌서 공중전화라도 찾아갈려는 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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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10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일 없이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 재난이나 불행이 남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문득 '나는?'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역시 타인의 고통에서도 나의 것을 생각하는 게 사람인가 봐요. 저같은 경우에요^^

바람돌이 2006-12-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고통에서 나의 고통을 생각하는 것 그게 모든 휴머니즘의 출발점 아닌가요? 그 고통이 나의 고통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공감이나 동정심이나 이런게 생길 수 있을까요? 성인이라면 몰라도 말예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을 더 많이 돕는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