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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ㅣ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평점 :
전통적인 단청의 빛깔을 가지고 있는 책.
표지의 처연한 모습의 바리공주는 아픈 모습으로 다가와 밖으로 나오길 거부했다.
서평 하나 쓰고 책 한 권 받는다는 그 마음으로 받은 마음을 무참히 뭉개면서 꼭꼭 또아리치고 앉아
어쩔 수 없는 부채감을 강하게 던져주었다. 출판사에 대한 부채는 그럼에도 그리 크지 않았다.
언젠가는 서평을 쓰면 되는 것이란 얄팍한 계산 속에서 애써 도리질한 것.
그러나 선연히 겹치는 그녀의 모습 속에 가득 담긴 어머니란 이름의 그녀는 가차없이 아프게
나를 채근했다. 바리공주의 모습 속에 깊이 겹치는 나의 어머니 그리고 이땅의 희생하는 어머니.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어 빈껍데기만 남아서 훠이훠이 날아갈 듯 가벼운 허망한 어머니들의
모습이 겹쳐져 있는 환영은 이 책을 멀리하게 하고 두렵게 하였다.
단순한 전래 그림책 한 권이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들을 하게 하다니 무엇이 이리도 큰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인가.
책을 들여다보면 바리공주의 인생은 희생, 또 희생. 그리고 견딤의 시간이다.
부모를 위해 그렇게도 자신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지독한 칼날이 되었다.
착하지 못하고 모질지 못하고 그래서 더욱 지독한 아픔을 주는 그런 칼날이 곳곳에 도사리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의 아이에게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모든 것을 내어준 그녀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단순한 타자의식으로 몰아붙이기엔
그녀의 강한 의지가 너무나 크고 넓다.
엄마를 생각한다. 모든 것을 퍼주는 엄마. 마르지 않는 애정의 샘을 감추고 있는 그녀를 말이다.
그리고 그녀라 호칭하는 나와는 참으로 다른 그녀들...어머니에게 경배한다. 진심으로.
경의를 담아 그녀들이 있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노라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