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Xoxov > ‘블록버스터’ 전시… 달리와 샤갈이 온다


‘초현실주의의 대명사’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와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1887~1985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미술전시회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막을 올린다. 양쪽 전시 모두 20억원 내외의 예산이 들어간 초대형 전시다.

#드로잉, 조각위주의 전시“내가 초현실주의 그 자체다”라고 공언했던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아트 스타’ 달리의 작품은 늘어진 시계, 서랍달린 여체,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사물로 보이는 ‘더블 이미지’의 회화작품으로 대표된다.

달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상상력의 천재-살바도르 달리’전은 서울뿐 아니라 대구와 부산에서도 순회전시를 계획중이다. 12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9월10일부터는 대구에서, 11월6일부터는 부산에서 차례로 선보인다. 모두 스위스에 본부를 둔 스트라튼 컬렉션 소장품으로 달리의 나이 60대 말에서 80대 초반이었을 때 제작된 작품들이다.

조각 33점, 회화 226점, 가구와 패션 17점 등 총 340점이 전시되는 달리 전은 아쉽게도 달리의 대표적 유화작품이 한 점도 들어오지 못하고 드로잉과 조각 등 유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재현한 듯한 아트 상품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익히 그의 작품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회화뿐 아니라 조각과 가구, 패션 등까지 뻗어있는 달리의 상상력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설치작가 최정화씨가 다양한 색상으로 연출한 공간의 전시구성은 ‘꿈과 환상’ ‘관능성과 여성성’ ‘종교와 신화’ ‘초현실주의 가구와 패션’ ‘달리의 주변이야기’ 등 5개 부분으로 나뉜다.



특히 초현실주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봐야 할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가 전시중 상영되며, 설치작가 이한수씨가 애니메이션과 레이저, 3D기법을 사용해 불교적 시각으로 달리를 해석한 설치작품 ‘달리에 대한 경외’가 전시된다. (02)514-4137

#국내 전시사상 최고의 작품전7월15일부터 석달간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색채의 마술사-마르크 샤갈’ 전은 샤갈 전으로는 국내 전시사상 최고이자 최대의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트레티아코프 국립화랑 소장품인 ‘도시 위에서’와 모스크바 유대인 극장의 패널화 4점 등 샤갈의 대표작을 포함해 191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화 60여점을 포함해 과슈·석판화 등 모두 130여점이다.

특히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대표작 ‘도시 위에서’(1917년)는 연인들이 껴안고 날아다니는 환상적 내용과 색감으로 유명하며, 연극·무용·음악·문학 등을 주제로 4점의 연작으로 그려진 유대인 극장 패널화(1920년)도 95년에야 서구에 공개된 샤갈의 대표작이다. 지난해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샤갈 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전시회.

러시아 출신 유태인으로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한 샤갈의 이번 전시회는 모스크바 트레티아코프 국립화랑, 파리의 퐁피두 센터, 파리시립미술관,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 니스의 샤갈 성서박물관에서 가져온 작품들이다.

전시구성은 ‘연인’ ‘상상의 세계’ ‘파리’ ‘서커스와 유대인 극장’ ‘성서 이야기’ ‘호메루스의 오디세이 판화집’ ‘지중해와 샤갈’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의 커미셔너인 서순주 박사는 “샤갈의 전시회로는 규모로나 질적으로나 국내 최고이자 최대의 전시회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도 11월13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전시된다. (02)2124-8800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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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 2004-06-1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건 둘 다 꼭 가 봐야 되겠군요!!

balmas 2004-06-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꼭 가볼려고 ... ^^
그런데 서명 했어? 했겠지?
강요는 아니야, 학점에도 상관 없어 ...^^

MANN 2004-06-1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서명은 둘 다 했답니다~
과반 커뮤에 퍼나르기도 했지요~
 

'칠레의 국민연금개혁'에 세계 주목, 우리도 배워야
  연금 파산위기 멕시코, '칠레 모델' 따르기로
  2004-06-09 오전 11:30:11

  멕시코 공적연금 적자가 국민총생산(GNP)의 1백16%에 달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칠레형 민간연금'으로의 대대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연금 폐지론이 나올 정도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우리나라에게도 적잖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멕시코 연금적자, 연방정부 세수 10년치
  
  멕시코의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El Universal)>은 8일(현지시간) "알폰소 가르시아 타메스 재무차관이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2021년경 정부가 연금채무를 감당할 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멕시코의 공적 연금은 이미 파산직전 상태다. 공적연금 적자 규모는 95년말 멕시코 페소화 평가절하에 따른 금융위기 때 금융권에 투입된 공적 자금의 8배이며, 연방정부 세수의 10년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적자는 주로 공공근로자사회보장청(ISSSTE)과 멕시코사회보장청(IMSS)에서 비롯된다. ISSSTE는 GNP의 45%에 해당하는 연금 적자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IMSS는 38%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주정부도 GNP의 25%에 해당하는 적자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 59년 공공근로자들의 복지향상과 주택문제 해결, 퇴직연금 등을 위해 설립된 ISSSTE는 2002년 약 14억달러, 지난해 약 19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등 갈수록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멕시코 정부, 연금제도 민영화 추진
  
  이에 따라 멕시코 정부는 최근 연금제도개혁에 관한 토론회에서 노동자가 기존 연금제도를 대체할 권리를 보장하는 '칠레형 민간연금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타메스 차관은 "연금개혁이 연기될 때마다 매년 1천2백억 페소(약 12조원)의 재정부담이 초래되고 있다"며 조속한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IMSS등 기존 공적연금 관리조직은 저항이 만만치 않다.
  
  멕시코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부대표이기도 한 IMSS의 로베르토 베가 갈린도 사무총장은 "IMSS가 보다 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면 3백50억 페소(약 3.5조원)가 절약돼 연금개혁에 대한 압력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면서 공적연금제도의 효율성부터 제고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년층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서 퇴직연금자 수와 연금지급 총액이 급증하는 추세에 따라 멕시코 정부는 연금제도를 민영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이미 IMSS가 관할하던 일반 직장인들의 연금제도는 지난 97년 7월 퇴직연금관리자(AFORE) 제도가 생기면서 민간은행으로 직장인 연금 관리를 넘기고 있다. ISSSTE도 2002년 12월 퇴직적립금관리법(LSAR)을 개정해 올해부터 시중은행으로 이관시킬 방침이다.
  
  세계최고의 모델, '칠레형 민간연금'
  
  이같은 멕시코의 연금개혁은 기본적으로 '칠레모델'을 본뜬 것이다. 칠레모델은 지금 미국, 영국 등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들조차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 연금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1981년 칠레는 세계 최초로 관 대신에 민간이 운용하는 연금제도를 도입,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칠레 연금제도의 핵심은 '개인구좌식 적립방식'이다. 모든 가입자는 매월 소득의 10%를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구좌에 적립된 원금과 기금 운용에 따른 이자의 합을 연금으로 지급 받게 되어, 정치적 결정에 따른 보험료율과 연금지급액의 변동 가능성은 없다. 연금구좌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가입자들은 세 달에 한번씩 자신의 구좌에 적립된 연금의 액수, 연금기금의 운용 실적과 내용 등을 통보 받는다. 자신의 구좌에 현재 적립된 연금의 액수, 또는 연금으로 받고자 하는 구체적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매달 얼마를 적립하면 퇴직하고자 하는 시점에 그 만큼을 받을 수 있는지도 계산할 수 있다. 연금을 지급받는 시기와 방법 등을 매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들의 소득을 파악하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칠레의 연금을 관리하는 주체는 연금기금관리회사(AFP)라는 민간 금융기관이다. 칠레에는 98년 4월 현재 13개의 민간 연금기금관리회사가 있다. 연금 가입자들은 이 회사들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해 자신의 연금저축구좌를 개설 할 수 있다. 연금기금관리회사들은 위험이 낮은 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AFP감독원의 감독하에 매월 기금관리 실적을 발표하므로 가입자들은 이들의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으며, 세 달에 한번 연금기금관리회사를 변경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러한 특징은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기금관리회사들의 경쟁을 더욱 촉진시킨다. 한편 이들이 운영하는 연금기금은 오프 앤드형 투자신탁(Mutual Fund)으로 구성되므로, 만약의 경우 관리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 교원연금 등으로 분리 운영되어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칠레의 연금제도는 경찰과 군인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단일체계이다. 강제는 아니지만 자영업자나 개인 사업자도 가입할 수 있다. 연금지급액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 원금과 기금의 운용 이자에 따라 결정될 뿐 아니라 세금 혜택이 주어지므로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크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하경제를 제도권 경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거두었다.
  
  우리 정부도 이제 현행 국민연금의 문제점에 대한 미봉책적 접근이 아닌, 멕시코처럼 칠레의 민간연금 제도에 대한 본격적 연구에 착수할 때다. 물론 그 전제는 기존의 국민연금 등 공조직과의 전쟁이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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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1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에 대한 반론을 퍼왔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타인의 사고-1] 항목에 있습니다.
 

출판동향 : 저자들이 본 오늘의 학술출판
안목 갖춘 편집자와 소통하고 싶다

2004년 06월 07일   강성민 기자 

▲ © 일러스트 김차준
저자와 출판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건 자명하지만 저자와 출판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는 의외로 공론화가 거의 없다. 학술출판일 경우 양측은 훨씬 밀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지만, 각박한 출판현실은 여러 가지로 이를 어렵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기초학문을 하는 지명도 없는 신진학자들이 엄청난 자비를 들여서 책을 내는 풍경을 보면 그 열악한 현실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그럴수록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끊임없이 공론장으로 호출될 필요가 있다. 우리시대 저자들은 출판사들에게 어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絶版의 거대한 연쇄'를 주목해야 한다. 요즘 많은 중소형 학술출판사들이 '초판 6백부 시대'를 열고 있다. 고가정책을 써서 사볼 사람만 보게 하고 책의 생명을 끝내 버리는 것이다. 사회과학 서적에서 이름 있는 H 출판사는 제작단가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책인데 3만원 육박하는 가격을 붙여 시중에 내놓고 있다.


저자로서는 당연히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이 너무 비싸면 독자들에게 미안하고, 지식을 널리 퍼뜨리려는 지식인의 본심에 위반된다. 문제는 5백권이 1년 정도 후 다 팔리고 나면 그 후의 독자들은 책을 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저자에게 "혹시 보관용이 없냐"고 전화를 해도 무소용이다. 노성두 이화여대 강사는 지난 1997년부터 41권의 저·역서를 냈는데, 현재 10권이 살아있다. 그는 사계절출판사를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의 저서 '알베르티의 회화론'이란 어려운 미술이론 교재를 7년째 절판시키지 않고 꾸준하게 인쇄하기 때문이다. 노 씨에 따르면 출판사로서는 "책 담당자 왔다갔다하는 경비도 안나오는" 수입이지만, 출판사 측은 개의치 않아 감동적이라는 것.

그많던 학술서들은 어디로 갔을까

열악한 대학출판부나 사장 혼자 편집하고 영업하는 '1인출판사'와 거래하는 저자들은 '독립군'처럼 뛴다. 출판사에 '전문 교열인력'이 없어 저자가 원고를 완벽하게 써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저자들은 원고를 초고 상태로 만들고 나면 지친다. 더 이상 원고를 쳐다보기 싫을 때도 있다. 이걸 극복하고 저자가 직접 교정을 보더라도 '자기 원고'이기 때문에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출판사가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아 책이 나오고 난 후에 사소한 오타부터 시작해 한 문단이 빠져버리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첫째, 영어 이외의 외국어와 기본적인 학술담론에 익숙한 편집진이 부족한 데서 발생한다. 둘째, 교정을 외부용역으로 넘기는 현재의 '외주시스템'이 많은 오타를 생산하고 있다. 미학이론가 강성원 씨는 "출판사에서는 문장이 어렵다고 쉽게 써달라 하는데, 문제는 출판사들이 '어렵지만 말이 되는 글'과 '어렵고 말도 안되는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시쳇말로 '고친다고 했는데 더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강 씨의 말을 토대로 국내 주요 학술출판의 교정실력을 평가하자면 한글맞춤법 같은 '형식교정'은 제법 꼼꼼한 편인데, '내용교정'은 부족한 듯 보여진다.


옛날에는 많은 저자들이 자기 문장을 손도 못 대게 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도 그런 학자들이 있지만, 경력 있고 전문성과 성실성을 갖춘 편집자와 일을 같이 해본 학자들은 출판사에서 꼼꼼히 원고를 이해한 뒤에 수정요구하면 즐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번역서일 경우 '문장'이란 게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는 법칙을 경험적으로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출판사는 민음사, 그린비출판사, 푸른역사, 책세상, 이제이북스 등이다. 철학전문 신생출판사인 이제이북스는 상당수 번역자와 문장과 개념의 '정확성'을 둔 '멱살잡이'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이를 갖고 타박하는 사람은 드물다. 네그리, 라이히, 가타리 등의 번역서를 내온 윤수종 전남대 교수는 "저자와 출판사간 교정본을 세차례 주고받으면 알맞은 것 같다"라고 경험담을 말한다. 그 정도는 해야 책이 깔끔해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고집센 저자'들에게도 넌지시 충고하는데, "학술지에 싣는 것이 아니라면, 독자를 위해 문장에 대한 출판사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라고 말이다.


저자들이 대표적 불만의 또 하나는 '지각 출판'이다. 원고를 넘긴지 3년이 넘어도 "밀린 일정이 많아서 출판이 안 되는" 경우는 이만저만한 지각이 아니다.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는 "머레이 북친 책을 출판사에 넘겼는데 몇 년이 있어도 출판이 안됐다. 다른 출판사로 옮기려 해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나키즘 관련 책도 몇 년을 묵히길래 집어치우라고 했다"라고 털어놓는다. 독자입장에서도 따끈따끈한 해외 학술 동향을 철 지나 읽게 되는 격이라 분명 문제가 있다.


출판사들의 상업성도 학자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박홍규 교수는 자신이 평전 저술가로 명성을 얻자 여기저기서 유명한 사람, 이를테면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씨 평전을 써달라는 요구들을 씁쓸하게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출판사들이 '돈 되는 책'에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없어서는 안될 부분을 너무 전문적이라고 빼자고 압력을 넣는다든지, 책의 제목과 표지를 너무 대중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이탈리아문학)는 "이론적인 출사표를 던진다는 기분으로 묵직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는데, 표지를 너무 대중서로 만들어서 항의했다"라고 밝힌다. 이에 대해 출판사는 "속 알맹이나 썼으면 됐지 겉까지 참견하느냐"는 답변을 해왔다. 저자와 출판사간 밀고당기기 풍경이다.


저자들은 또한 대형 출판사들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공장 같다는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 큰 출판사라면 그 규모에 맞게 전문편집진용을 갖추고 일을 그럴싸하게 해야하는데, 관료집단처럼 의사소통과정도 느리고 답답하다는 지적이다. 저자와의 관계도 출판사의 주어진 틀 내에서 통보식으로 이뤄져 종종 "기분 나쁠 정도로 건방지다"라는 불만도 산다. 학술출판이 어렵다보니, 학술서를 내주는 출판사들은 이문을 적게 남기는 대신 저자에게 '유세'하는 일종의 암묵적 권위관계가 양자간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소형출판사에 오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서 나타난다. 큰 출판사는 그래도 브랜드 이미지도 있고 해서 책을 꼼꼼하게 만드는데, 소형은 책의 종수를 늘려서 시장에 깔아놓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편집체제가 깔끔하지 못하고, 오타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제작비의 일부분을 저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악풍'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새내기 강사 저자들은 IMF 이전만 해도 70만원 정도의 자기 책을 사주면 출판을 해줬는데, 요즘은 2∼3백만원어치 책을 구입해주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안 좋다. 중앙대 교수는 "교수가 되기 위해 책을 내고 집에다 2-3백부 쌓아놓은 후배강사들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세지급의 불투명성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학술출판은 갈수록 박해지고 있다. 가령 5백부의 책을 초판으로 찍어서 1백부가 팔리면, 그 1백부에 대해서만 인세를 지급하는 경우가 그렇다. 웬만한 양식있는 출판사라면 초판부수에 대해서는 발행후 곧바로 인세를 지급하는 게 불문율인데 말이다. 저자 입장에서는 '출판사가 겨우겨우 연명하는 걸' 보면서 인세를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껄끄러워 아쉬운 소리를 하기보다 출판사를 옮겨다니기 일쑤다.

출판사 찾아 배회하는 저자들의 운명

송병선 울산대 교수(스페인문학)는 보르헤스, 마르케스를 비롯한 스페인어권 소설을 꾸준히 번역해온 대표적 번역가다. 그가 출판사에 바라는 것은 '긴 안목'이다. 남미쪽 소설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 출판사들이 "단발성으로 내려는지, 아니면 장기기획을 하려는지를 판단하고 출판사를 결정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김욱동 서강대 교수(영문학)는 '전문성'을 본다. 얼마 전 그의 환경문학서를 환경전문출판사인 '나무심는사람'과 작업을 같이 했는데 문학전문 출판사보다 편집자의 원고 해독력이 더 뛰어났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한 출판사와 자신의 '주치의'처럼 꾸준히 계약하는 걸 한번쯤은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이는 쉽지가 않다. 꾸준히 사세를 유지하는 출판사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고, 한 출판사에서 계속 내면 주위에서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색안경을 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자신에 맞는, 자신의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게 오늘날 저자들의 운명이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과학 학술출판사'에 대해 '체계적인 마케팅 능력의 부재'와 ' 원고의 평가, 교열, 편집, 디자인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역량 있는 에디터의 부재'를 대표적 문제로 꼽는다. 박 교수는 이것이 기본적으로 출판산업의 열악성에 그 원인이 있다며 "공공 도서관, 학술 업적 평가 시스템에 따른 공공 구매 제도 등이 발전"해야 하고, 그래야 출판사들이 단기적 업적 및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책을 평가, 출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진 울산대 교수 또한 "학술업적 사후평가제를 도입해 학진의 논문지원을 줄이고, 저술지원을 대폭 늘려서 고만고만한 논문들의 대량양산을 줄이는 대신, 양질의 연구저술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한국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도움이 된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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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0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근무하는 분들 보면, 업무는 과중한 데 비해 보수가 너무 형편 없어서 딱한 생각이 들더군요. 작은 규모의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좋은 책을 내기 위해 애쓰는 사장님들도 마찬가지구요.
반면에 이런저런 학문을 전공하면서도 책을 거의 안 사는 분들 보면, 어이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을 안 사면 도대체 누가 책을 산다고 그 돈을 아끼시는지, 원 ...

sweetmagic 2004-06-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 봤습니다... 좀 퍼갈꼐요 `~^^

balmas 2004-06-0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얼마든지 퍼가세요.
출판사들하고 이렇게저렇게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까, 그쪽 문제에 늘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앞으로 좀더 사정이 나아지겠죠 ...

MANN 2004-06-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깝네요... 언제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는지...;
 

서울大 폐지논쟁 중단을 - 정운찬 서울대 총장

 동아일보[특별기고]  
 
한국사회는 지금 도약을 위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양적 팽창에서 질
적 성숙으로의 전환, 사회영역 전반에 걸친 민주역량의 제고, 국제경쟁력의 강
화, 효율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입
니다. 이러한 개혁의 열쇠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담당할 인적 자원 양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결국 창의력과 함께 폭넓은 식견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
한 교육혁신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서울대는 최근 이러
한 교육혁신을 구체화하려고 학사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정원축소등 뼈깎는 자기혁신중▼ 

서울대는 지난 2년간 교육과 연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기
울여 왔습니다. 몇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학생을 다양하게 뽑기 위한 ‘지역균
형선발제’를 이번 가을부터 시행합니다. 글쓰기 말하기 토론 훈련과 핵심 교양
강좌를 통해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하여 
2005학년도부터 학사과정 한 학년 입학정원을 3850명에서 3225명으로 625명이나 
줄이는 자기혁신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학 평준화론 등 대학 밖으로부터의 바람이 거셉니
다. 저는 오늘 서울대가 그리는 학사구조의 미래상을 소개하면서 아무런 국가적 
실익이 없는 저간의 논쟁을 중단할 것을 제의합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시점에 최근의 논쟁은 소모적일 따름
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입학정원 축소는 그 자체가 기초교육 강화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위한 최선
책이라는 판단에서 추진됐습니다. 또 정원 조정은 학사구조 선진화의 첫걸음일 
뿐 아니라 사회통합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추진될 서울대 
학사구조 개선의 원칙과 방향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첫째, 초기에는 교육단위, 그리고 여건이 성숙되면 모집단위로서의 학부대학
(university college)의 설치입니다. 학부대학 체제는 기초교양교육과 전공교육
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급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데 적
합한 제도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초학문의 발전과 이를 발판으로 한 응용 
또는 종합학문의 동반적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학부대학과 함께 전문영역
에서 활동할 인재를 양성하는 기존의 단과대학들이 서울대의 학사과정을 구성하
게 될 것입니다. 

둘째,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원의 설립입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
원(law school)의 도입을 천명한 단계에 있습니다만 사법개혁안이 구체화되면 
뒤를 이어 출범할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학사과정교육의 기초 위에 고도의 전문
지식을 쌓아야 하는 분야들이 발전적 개편을 통해 전문대학원으로 정착될 것입
니다. 이는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물론 전문대학원 체제
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서울대는 
전문대학원 도입에 필요한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담당하는 일반대학원의 강화입니다. 서울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지식의 창출입니다. 이러한 기
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문에 매진하는 학문후속세
대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가발전 차원서 각계 협조해야▼ 

서울대가 세계 최일류 수준의 교육과 연구의 전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에
서 제시한 학사구조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개선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
됩니다. 국가 발전의 차원에서 서울대 미래상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시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2004. 6. 3
			서  울  대  학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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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0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정보광장>에 들어가면, 매일 뜨는 메시지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견해를 밝힐 처지는 아니지만,
위기 의식이 상당하구나 하는 건 분명히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6-1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라고 죽여야 한다면....이 세상은 사람들의 바램대로 조금은 균둥화 되겠지만, 1등을 죽인다면 또 다른 1등이 나오게 되고...북경대나 도쿄대 총장의 발언이 신문에 나오는데 그들의 사고는 우리만 못해서 북경대나 도쿄대를 더 키우게 되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가지, 학사구조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출처 : 수수께끼 > 이등박문은 우리 황태자의 스승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왜? 지금까지 이런 내용이 공개적으로 거론이 되지 않았었는지 ....

나중에 조선총독부의 총독까지 오른 이등박문이 일본에 유학중인 우리 황태자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은 정말로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내선일체를 위하여 일본에 볼모의 형식으로 유학을 갔던 우리 황태자의 모습은 비록 어린 황태자였지만 늠름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던것 같습니다.

 <소년> 창간호의 맨 앞을 장식하고 있는 이 사진이 주는 의미는 육당 최남선이 우리 나라 최초의 잡지를 발간하면서 우리의 독립을 추구하는 권두언을 쓴것을 보면 결코 친일파는 아니었던것 같고, 이 사진을 게제한것은 황태자가 볼모로 유학을 갔으니 정신 차리자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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