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권의 프리즘 총서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소식이 너무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빼놓고 넘어갈 수 없어서 페이퍼를 씁니다.
바로 <프리즘 총서> 13권으로 출간된 에밀 벵베니스트의 "인도유럽사회의 제도, 문화 어휘 연구 1"입니다.
이 책은 제가 예전에 "마이리스트-좀더 널리 읽혀야 할 책 1"에서도 소개한 바 있듯이,
지난 1999년에 아르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가 곧 절판된 책입니다.
이 훌륭한 책이 그냥 사장되어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프리즘 총서에 수록하게 됐고
역자이신 김현권 선생님은 이 책을 새로 출간하면서 초판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좀더 완성된 번역본이 되도록 애를 써주셨습니다.
이 페이퍼의 제목을 "서양 인문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에게 1순위로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붙였습니다.
이 제목은 다소 과장된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약소한 것이기도 합니다.
과장된 이유는, 서양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1순위"로 꼽은 이유는, 서양 사회의 제도와 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어휘들, 가령
"주다와 취하다", "친족 관계', "도시와 공동체", "노예와 이방인", "왕권과 그 특권", "법", "신성", "제사" 등과
관련된 어휘들의 산스크리트적 기원과 그리스, 라틴어로의 전승, 그 이후 서양 개별 언어로의 분화 등을
아주 상세하게 밝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 유럽어에 속하는 다양한 고전어와 현대어에 능숙하지 못하고서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이 작업,
더욱이 개인이 혼자서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 작업은
오직 수십 개 언어에 능통한 벵베니스트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서양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늘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점에서
"1순위로 권하고 싶은 책"으로 꼽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많은 지식과 더불어 영감을 얻을 만한 사람이 꼭 서양 인문학 전공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이 페이퍼의 제목은 너무 약소한 것입니다.
한국학을 비롯한 동양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 또는 인문학에 흥미가 있는 독자들 모두에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지식과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사실은 누구에게나 한번 읽어보고, 소장하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부디, 이 책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