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사뿐사뿐 오네
김막동 외 지음, 김선자 / 북극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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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표지 색깔과 눈이 내리는 듯 쓰여 있는 제목까지.
그냥 이쁜 그림책이겠지...했던 내 생각은 詩를 하나하나 읽으며 넘기는 동안 사르륵 녹아버렸다.
어쩜 이리 착착 입에 들어붙는 시가 다 있을까? 투박한 그림마저 정겹기만 하였다.


곡성 할머니들의 시는 시간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다. 시를 읽다 보면 한 여인의 일생을 쭈욱 훑어가는 기분이 든다. 우리네 엄마들이 살았던 그 시절이 드라마로 보듯, 영화로 보듯 그림책에 담겨 있다.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시를 쓰려고 앉은 할머니 머릿속은 하얘만 진다. 뭘 쓸까? 어째 쓸까 고민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바로 그려진다. 딸이라고 태어나자마자 섭섭한 소리도 들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 사랑을 받으며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늦어서 혼도 난다. 시집 가는 날은 또 왜그리 밤새 눈이 퍼부었는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운 시집살이도 했지만 칠남매 삼남매 자식들 낳고 그렇게 살아간다. 나이 찬 딸 시집 보내는 날은 그리 속이 시원하고. 손주녀석들 재롱도 보고, 먼저 간 남편 생각에 눈물도 짓는다.

할머니들의 詩는 어렵지 않아서 좋다. 어렵지 않지만 말장난같지 않아서 또 좋다. 쉽게 읽히는 詩에 할머니들의 인생이 보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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