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사진관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15
이시원 글.그림 / 고래뱃속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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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사진관은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함께 꾸려나가는 사진관이다. 표지에도 부엉이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을 보는 동안 계속 부엉이가 조수이고 곰이 사진사인 줄 알았다. 글도, 그림도 제대로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읽은 탓이다. 아이들 독서지도를 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라 그림과 글에 집중하여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나도 그렇게 읽고 있었다. 반성! 반성! 아마도 부엉이 사진사는 조수인 곰에 비해 작게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사와 조수가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리 의미를 두지 않고 보았기 때문이이라.


표지만 보면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부엉이다. 그런데 그림책을 읽어보면, 숲 속 동물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이 숲 속 사진관은 가족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모두 가족과 함께 사진관을 찾아온다. 제일 먼저 찾아 온 동물은 사자가족이다. 가족사진전문답게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사자가족. 이렇게 정적이고 아무 특징도 없는 사진을 찍어주는 곳의 이야기가 계속 된다면 이 그림책은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을 뻔 하였다. 그러나 다음 사진을 보라.



 

숲 속 사진관의 인기는 바로 이런 사진 때문이 아닐까? 숲 속에 사는 거의 모든 동물들이 찾아와서 가족사진을 찍고 간다.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린 표정과 모습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는다.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이제 더 사진을 찍을 가족이 없는지 둘러보는데, 이때 멀리서 꼬마판다가 "나도 가족사진 갖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꼬마 판다는 어찌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있다. 가족 사진을 찍고 싶지만 그는 혼자이다.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는 꼬마 판다의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조명을 준비하고 사진을 찍을 채비를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서 있는 외로운 꼬마 판다.


 


그때, "잠깐"을 외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동안  이 숲 속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간 동물들이다. 그들은 모두 둘러 서서 꼬마 판다의 가족이 되어 준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모두들 꼬마 판다의 가족이 되어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을 보고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장의 그림이 뻔한 결말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먼저 다른 동물 가족들이 유쾌하게 사진을 찍으면서도, 숲속 사진관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힌트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진다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면서 동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특징을 잘 잡아낸 자연관찰형 그림책인 줄 알았다가 꼬마 판다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꼬마판다는 어떤 생동감 있는 표정의 사진을 찍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동물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함께 사진을 찍을 줄이야... 어쨌든 나에게는 작은 반전이 있는 그림책이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호들갑떨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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