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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ㅣ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평점 :
논장 출판사의 동화는 내친구 35번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는 언니 마디켄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초등1~2학년에게, 동생 리사벳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유아들에게 적합한 동화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리사벳이 주인공이니 유아들에게 읽어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 콧구멍 속에 뭔가를 집어넣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아기를 지나면 어지간해선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 말이다. 내 경험으로는 지인의 아들이 4살 무렵 콧구멍에 스티커며, 콩이며 자꾸 집어 넣어서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스티커보다 위험한 것이 콩이었는데, 콩은 콧구멍 안에서 불어서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말썽꾸러기 자매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리사벳은 마디켄이 뭔가 좋은 생각을(나쁜 생각일 때도 있지만) 떠올릴 때면 늘 옆에 있어요."(p.5) 이 책은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은 사건을 다루지만, 이 문장을 읽어보면 언니인 마디켄도 꽤나 장난이나 엉뚱한 일을 많이 벌이는 듯하다. 이날은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어딘가에 넣어보는 버릇이 있는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어버렸다. 덜컥 겁이 날텐데 마디켄은 "콩이 콧구멍에 뿌리를 내렸나봐. 만약에 콧속에서 콩이 계속 자란다면, 곧 꽃이 필거야. 기왕이면 스위트피 꽃이 피면 좋겠다."(p.9)라고 말한다.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리사벳도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는 언니와 함께 읍내에 있는 병원으로 간다.
엄마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가 콧속에 뭔가를 집어넣어서 빠지지 않는다면 정말 걱정이 될텐데, 리사벳의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이들끼리 병원에 보내는 상황도 그리 흔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마디켄과 리사벳은 병원에 가다말고 이다 아주머니의 빈집에서 또 한번 사고를 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그것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었다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다. 이다 아주머니 집에서 리사벳은 마티스와 싸움을 하고, 그것을 본 마디켄과 미아가 싸움을 한다.
요즘에야 동네 아이들이 서로 마주칠 일도 자주 없고, 형제 자매가 함께 다니며 싸울 일도 없다마는,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랬던 것 같다. 되지도 않는 주장을 하며 싸우다가, 말도 안되는 싸움이 일어나고, 결국에는 형제 자매까지 나서서 한바탕 싸우고 나면 서로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우리 언니가 힘이 더 쎄! 우리 오빠한테 이를거야! 하면서 말이다. 왜 그랬는지 이유 불문하고 형제 편을 들며 싸우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유치하기도 하지만 다들 그렇게 자랐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누가 뭐라해도 내 형제가 최고다라며 외동인 아이에게 형제 자매가 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야 귓등으로 넘겼지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듯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이 동화를 썼던 그 시절에는 이런 풍경이 넘쳐났을 것 같다. 어린 시절 한번 쯤은 해봤음직한 장난과, 엉뚱한 상상들, 친구들 사이에서 부려보는 괜한 오기 등이 살짝 웃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