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 - 개구쟁이 에밀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8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비에른 베리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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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하면 어떤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기때문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겨울을 보냈으므로 눈 내린 겨울 풍경이 낯설다. 더군다나 눈내린 혹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는 더더욱 생각하기 어렵다. 그나마 동네 교회당에 가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왔던 기억과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하던 연극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어른이 된 지금은 상업화된 크리스마스, 종교를 떠난 이벤트데이 같은 크리스마스를 보고 있다.

에밀이 살고 있는 1900년대의 크리스마스도 현대의 크리스마스와는 좀 다르지 않을까?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서 직접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고 이웃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이 정겹게 여겨진다. 에밀은 항상 사고를 치는 장난꾸러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 이야기에서는 어떤 사고를 칠까? 주의를 기울이며 읽는데, 여기는 에밀보다 더 큰 사고뭉치가 등장한다. 바로 에밀의 학교선생님이다.

 

등장부터 다른 마을사람들과는 달리 마차가 아닌 스키를 타고 온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다리며 밖에서 눈싸움을 하고 놀자고 제안한다. 아이들은 우루루 선생님을 따라 밖으로 나가 눈싸움을 하는데, 하녀인 리나도 신나게 논다. 집안에서 점잖게 파티를 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이나, 음식 준비에 한참 바쁜 부엌에 있어야하는 리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으랴. 엄마의 부탁으로 밖에 있는 리나를 데리러 간 아빠는 에밀이 던진 눈덩이에 입이 막히고, 에밀은 창고에 갇히고 만다.

 

에밀은 사고를 칠 때마다 창고에 갇힌다. 창고에 들어간 에밀은 늘 조각인형을 깎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보면 그 조각인형이 엄청 많이 쌓였음을 알 수 있다. 에밀이 그만큼 사고를 많이 친 것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사실 오늘은 에밀이 직접적인 사고를 쳤다기보다 선생님의 놀이제안에 따라 신나게 논 것뿐인데, 에밀이 창고에 갇히는 것은 조금 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에밀의 장난은 거의가 다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 장난이 많다. 의도되지 않은 나쁜 결과때문이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고, 선생님의 놀이제안에 또 한번 에밀에게 위기(?)가 닥친다. 목사님 부인에게 뽀뽀를 해야하는 벌칙을 받았는데 무려 여덟 번이나 뽀뽀를 한다. 에밀이 뽀뽀를 한 이유를 듣다보니, 에밀이 참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밀이 깍은 조각인형들을 나중에 그의 자식들이 보게 된다면,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겠지.

 

지금 아이들의 놀이와는 동떨어진 놀이, 우리 정서와는 또다른 어른들의 모습들이 낯설긴 하지만, 에밀의 장난처럼 아이들의 장난에는 의도되지 않은 우연에 의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동네 사람들과 즐겁게 웃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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