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린 물고기 사계절 그림책
박정섭 글.그림 / 사계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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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딱 보자마자 떠오른 그림책이 있다.

바로 레오 리오니의 '으뜸헤엄이'

어떻게 보면, 으뜸 헤엄이 그 후의 이야기 같다.

작은 물고기가 바다에서 다른 포식자들을 피해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함께 다니는 길,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 작은 것이 모여 함께 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오래된 진리가 과연 요즘도 유효할까?

현대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함께보다는 '혼자'가 더 익숙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서로 얼굴을 맛대고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던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 많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세상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세상이 된 지금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의 호수에서 '진짜'와 '가짜'가 모호해졌다.

예전보다 더욱 '소문'은 빠르게 움직이며, 근거 없는 소문이 불안을 조장하기도 하고 서로를 이간시킨다.

감기걸린 물고기를 보면서 실체가 없는 '소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고 빨간 물고기 앞에 괴물같은 큰 물고기가 나타난다.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빨간 물고기 앞에 나타난 거대한 알록달록한 작은 물고기 무리에 거대한 물고기는 놀라서 달아난다.

​바로 여기까지의 내용만 보면 레오리오니의 '으뜸헤엄미'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커다란 물고기 역시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살아갈 수 있으니 당연히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것은 바로 '헛소문'을 퍼뜨려 물고기들을 이간시키는 것이다.

큰 물고기는 작고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며, 함께 다니다간 너희들 모두 감기에 걸릴거라고 말한다.

물고기들은 '감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불안해하며 빨간물고기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결국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소문때문에 빨간 물고기는 물고기 무리에서 벗어나 큰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만다.

괴소문은 실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검은물고기.

그렇지만, 이러한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고, 오히려 그런 의문을 품는 것을 의심한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라며, 아무리 허황된 소문이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며 믿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소문이 퍼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꺼지지 않고 살아남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확신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소문은 생겨나자마자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기계문명의 발달은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도 못할 숫자의 사람들에게로 전달되어버린다.

우리는, 그러한 소문을 100%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들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 할 수 없는 상태.

알록달록한 몰고기들이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행동을 하면서도 조화롭게 살 수 있었던 그 때와 달리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하고, 그에 반하는 존재는 무리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후

작은물고기 무리는 모두 큰 물고기의 밥이 되어버린다.

 제목의 '감기 걸린 물고기'는 실제로는 그 작고 알록달록한 몰고기들 사이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들은 자신들 중에 감기가 걸린 물고기가 있을 것이고, 그들때문에 모두가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마지막에 정말 '감기에 걸린 물고기'가 누구인지 밝혀지는데...

 

이 그림책은, 현대사회의 모습을 잘 그려낸 그림책이 아닐까싶다.

어린 유아들이 읽어도 재미있겠고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성인이 읽어도 이야깃거리가 충분한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우리는 '소문'에 휘둘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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