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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호천사 나무 ㅣ 일공일삼 58
김혜연 지음, 안은진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평점 :
나의 수호천사나무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편에 나오는 제주 와흘 본향당 팽나무를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이야기라고 한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어렸을 때 읽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떠올랐는데 모티브가 된 나무가 있다고 하니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을 어귀에서 또는 언덕에서 마을을 지켜주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나무는 사람들의 고민과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였다. '들어준다'는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소원을 이루어주거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의미와, 듣다(聽)의 의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 주인공인 팽나무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이 털어놓는 고민을 말 없이 들어주는 나무, 고민을 안고 왔던 사람들은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직접적으로 고민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버릴 수 있다. 또,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도 나무는 묵묵히 들어준다. 사람이 아닌 '나무'이기때문에 누군가에 말을 옮기지도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은 신성한 나무에 고민도 풀어놓고 소원도 빈다.
이 책에는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나온다. 신성한 히을 가진 나무였지만 번개를 맞아 가지가 타고 부러진 후에는 마음에도 안좋은 일이 일어나고 나무의 신성한 힘을 믿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든다. 그래도 늘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가 있으니 이 나무와 오랜 인연을 맺어 온 고구마할머니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팽나무에게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주는 아기 박새도 있다. 팽나무는 번개를 맞은 후 예전의 위용과 신성함을 잃어버렸지만, 고구마할머니나 박새에게는 팽나무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다.
처음에는 성준이의 성장소설이 아닐까 하며 읽다가, 주변인물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집중력은 좀 떨어지는 감이 있다. 팽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박새로부터 전해들으면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결국 이 책에 나오는 인물(박새와 나무도 포함하여)들은 모두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맨 마지막에 성준에 의해 살아있는 나무가 아닌 또다른 존재로 되살아나는 팽나무 역시 그러하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이들처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