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나의 유령 친구 사계절 그림책
맥 바넷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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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아일 때, 찰리와 롤라 시리즈의 소찰퐁이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상상 속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소찰퐁이 같은 상상친구를 곁에 두고 놀이를 하던 때가 6살, 7살 때였던 것 같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이제 11살이 된 딸아이의 놀이모습을 떠올려보니, 요즘도 상상친구는 존재하는 듯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친구도 있고, 아끼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상상친구로 삼아 놀이를 하곤 한다.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잃지 않아서 좋다라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만든 친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기도 하였다.



그림책은 유령인 레오의 느낌과 비슷한 푸르스름한 색이다. 레오는 꼬마유령인데 빈집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며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림 속의 레오는 책 읽는 모습이 두 번이나 등장하는데,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말썽을 피우거나 장난꾸러기같은 모습이기보다,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역할놀이를 잘 할 것같은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레오가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소년과 그의 가족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이 집 어른들은 평범한 얼굴인데 아이는 늘 화난 표정이다. 유령이든, 상상친구든 레오와 같은 존재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는 얼굴이다. 글이 아닌 그림이 주는 정보를 통해 레오가 이 집 소년과는 잘 지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은 레오가 집을 떠나기로 하고 시내의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레오가 알고 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도시는 시끄럽고 복잡하다.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가 어느날 길바닥에 낙서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를 만나는데, 레오를 알아본다. 유령인 레오에게 말을 걸고 같이 놀자고 하는 제인을 만난 레오는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레오와 제인의 놀이장면을 보면서, 레오를 머리 속에서 지워보면 아이들이 상상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놀이를 이어간다. 그림으로 그려놓은 등장인물이 나타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인형들이 '아이의 입'을 통해 걸어다니기도 한다. 제인이 레오와 노는 것처럼,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레오'와 같은 상상친구를 진짜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레오 집에 이사를 왔던 사람들처럼 레오가 머리 위에 있는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놀이를 했던 기억을 저 푸른 빛처럼 슬슬 지워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레오는 나의 예측대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말썽꾸러기 유령이 아니라, 제인의 상상놀이에 맞장구를 칠 수 있고 함께 상상놀이를 즐길 수 있는 꼬마우령이었다. 롤라를 대변해주었던 소찰퐁이처럼, 제인의 놀이에 딱 맞는 상대였다. 제인의 머리 위에 왕관이 없어도, 번듯한 놀이도구가 없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레오가 책을 읽는 유령이었고, 그림을 그리는 유령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제인이 자신의 놀이상태로 딱 알맞은 상대를 상상해낸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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