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요정 초초 사계절 그림책
박혜상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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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의 작업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책요정 초초를 보는 순간, 실은 백희나의 작품들이 떠올랐다고 하면 작가에게 실례가 될까? 어찌되었건,  첫 느낌은 그러하다. 어둡지만 따스한 분위기가 나는데, 초초가 밤이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켜놓은 등불 빛이 은은하여 그럴 수도 있다.


초초의 집 앞에 걸려있는 주문서를 보니 "장화신은 고양이 아닌 장화 신은 돼지 책 만들어주세요.."라고 적혀있다. 책요정 초초는 책을 만드는 요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초초는 북아트를 하는 책요정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주인공을 정하고, 글자들을 넣어 내용을 만들기도 하지만, 책요정 초초의 주임무는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책 요정 초초가 주문서를 받아들고 장화신은 돼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책들을 골라내고 그 중에서 새로 만들 책에 등장할 주인공들을 불러낸다. 
 

 


 제일 먼저 초초에게 나타난 주인공은 아기돼지 삼형제들...그들은 늑대만 나오지 않으면 장화를 신을 생각이 있다.


 

 

구두 만드는 난쟁이가 나와 장화를 만들고 장화신은 고양이도 나와서 도와준다.
 

 

 

내가 이 책요정 초초가 '책의 내용', 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요정이라기보다 책을 만드는, 북아트를 하는 요정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초가 작업대에 앉아 있고 모두들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한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초초는 연필로 작업을 하고 바로 다음장부터 정신을 집중하여 책을 만든다.
 

 

 


종이를 재단하고 실로 꿰매고 표지 안쪽에 예쁜 원단도 대고, 표지를 꾸며 제목을 적는 과정이 제법 진지하게 표현이 되어있다. 장화신은 돼지가 무엇을 하는지, 왜 그 돼지들이 장화를 신게 되었는지, 늑대는 나오는지 등등 이야기의 내용은 없다.


 

 

 

 

물론 초초는 그 책에 낱말을 빻아넣어서 내용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요정 초초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물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았다.
 

 

 

뭔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숲속 분위기와는 달리, 초초가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는 클라이막스가 없다. 돼지들이 글자를 입고 책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클라이막스라면 좀 힘빠지는 이야기구조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단독으로 읽기보다는, 이야기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그림책과 함께 연계하여 읽으면 좋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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