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풀빛 그림 아이 49
마리아 호세 오로빗 이 델라 글, 까를레스 바예스테로스 그림 / 풀빛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는 '치매'를 다루고 있다.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의 주제를 보면, 정말 다양해짐을 느낀다. 평균수명이 길어져서일까? 치매에 걸린 어른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치매는 문제 없이 생활을 잘 해오던 사람이 뇌기능 손상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전하되어 일상생활조차도 어려워 지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기억력이나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판단력 등과 같은 능력이 저하되는 는데, 예전에는 드라마 같은 걸 통해서 접했는데, 요즘은 주변 지인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안하던 행동을 하거나, 잊어버리거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겠지만, 치매에 걸린 어른들의 삶은 얼마나 고달플까?


 


이 그림책에는 멋쟁이이고, 생활의 여유를 나름대로 즐기며 살던 할머니가 어늘 갑자기 치매에 걸리게 된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참 행복하다. 손녀딸이 할머니를 도와주고,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하여도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것은 '이해'라는 단어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몸은 성인이지만 어린 아이보다 더 미성숙한 행동을 하는 하는 할머니를 꼬마 손녀가 이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는 이해보다는, 손녀와 할머니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 할 것이다. 할머니와 손녀딸 사이에는 많은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추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손녀는 할머니가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었듯이 손녀는 할머니에게 돌려드린다.

 

 

 


 

치매에 걸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돌볼 수 없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게 한다. 누군가가 하루 종일 옆에 있어 줄 수 없을 때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이 그림책에서는 치매인 할머니 옆에 손녀딸이 늘 함께 있는다. 할머니는 예전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녀딸과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밤마다 할머니와 보낸 날들을 이야기해주면, 할머니는 그 일들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환히 웃어준다. 삭막한 요양병원에서의 생활보다야 얼마나 좋은가?


 


그림책에서는 할머니의 치매를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치매로 인해 가족의 삶의 부서지거나, 가정경제가 파탄나거나, 가족간의 다툼이 일어나거나 하는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을 [이상하다]가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게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할머니와 손녀의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가족 또는 인간이라는 관계 속에서 그림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손녀의 자리에 엄마가, 아빠가 앉아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리고 그 자리에 요양병원 간호사가 있다고 해서 잘못된 삶이라거나, 자식들을 욕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한번 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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