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고
후지타 사유리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유리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몇 년 전 TV방송을 통해서 보았던 것 정도이고, 그닥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 SNS를 통해 그녀의 말들이 전해질 때도 그런가보다 했다. 좀 튄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커다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후지타 사유리의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하던 일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보통 외국인들을 대할 때 국가의 이미지와 겹쳐서 보게 된다. 내가 외국인 유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의 국적이 아니라, 그들 개인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을 대표하는 홍보대사가 아니듯이 그들도 그들의 나라를 대표하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후지타 사유리의 감성에세이. <눈물을 닦고>는 굉장히 긍적적인 책이다. 어려운 말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자랑하듯 써내려간 글이 아니어서 편하게 읽힌다. 던져주는 메시지도 긍정,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가벼움이 있다. (게다가, 이 책 정말 가볍다. 가방 속에 넣고 다녀도 부담이 전혀 없겠다.)


"사람이라는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누가 당신이라는 책을 읽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해준다고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p.94)


사유리가 요리콘테스트에 참가했을 때 방송을 본 사람들이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다가, 기부를 한 모습을 보고는 '개념 있는 천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유리는 "난 쓰레기도 아니지만 천사도 아니다. 그냥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였다"라고 말한다. 사실 사유리가 방송을 통해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흔히 공인이라고 부르는 (나는 방송인이나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나 자신'에게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떨까?


나는 사유리의 책에서 위와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을 많이 만났다. 아마도 그녀가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보여 준 이미지에 대해 사람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는 것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트위터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개념녀'라 불리운 사유리는 자신을 '무개념'이라고 부르는 것도 불편하지만 '개념녀'라고 부르는 것도 똑같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개념이 있다 없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자신이 개념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하는 말이다. 자신의 생각이 중심이 되어 그와 같으면 개념이 있고, 그와 다르면 개념이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한쪽에서는 쓰레기라 평하고 한쪽에서는 천사라고 불리는 것처럼.


그러나, 사유리의 글에서는 그러한 자신이 겪은 일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그녀의 긍정에너지는 그녀의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듯하다. 그녀의 글에서 부모님은 자신이 긍정에너지를 갖고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분으로 묘사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사유리의 부모님에게서 배울 점은 무척 많다. 가장 크게 배울 점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갖게 한 것,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은 것, 바쁘다고 해서 아이를 외롭게 하지 않은 것 등이 아닐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의미를 담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들이 작가의 눈에는 예사롭지 않은 '말'과 '글'이 되어 표현된다. 사유리의 글을 읽으며, 글을 쓰는 것은, '글자'가 아니라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짧은 글 속에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넥서스 서평단으로 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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