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으로 <쓰가루 백년 식당>, <푸른하늘맥주>에 이어 세번째로 읽게 된 <스마일, 스미레!>​이다. 이 작가는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집과 학교 근처에는 만화방이 많았다.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만화방을 찾았던 것 같다. 겨울에는 만화책을 한 가득 빌려와서 쌓아놓고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느낌이었다. 가볍고 술술 읽히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쭈욱 읽게 되는 만화책 같은. 그랬는데,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풍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첫 장면에서, 길바닥에 쓰러졌다 눈을 뜨는 스미레의 모습에서부터 화면같은 느낌이 들었다. 워크홀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첫 장면이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사람을 세 부류로 나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꿈을 처음부터 포기한 사람, 꿈을 쫓다가 도중에 포기한 사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싶었던 것과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과는 상관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지 포기했는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나는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스미레는 지독한 워크홀릭이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일을 위해 포기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여성이다. DEEP SEA와 하루토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일을 하는 스미레의 모습은 그러한 생각을 갖게 한다.


스미레라는 이름은 스마일(smile)을 그대로 읽은 발음대로 지은 것이다. 웃는 것이 서툴러서 늘 손해만 봤던 스미레의 아버지가 딸에게 웃음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초반에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는 그러한 마음을 잘 담아 놓았다.


"폭풍의 바다에 빛

아아,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노래여

울고 있는가

웃고 있는가

선택은 너에게 달려 있다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이 찾아온다

그리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미완성인 채로 끝나지

아아, 파도가 흔들흔들" (p.15-16)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센스도 없고 배려도 없는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스미레. 우리의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요즘에야 이런 아버지보다는 친구같은 아버지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런 아버지가 휴대전화 메시지 보내는 법을 배워서 딸에게 뜻모를 시(같은것)을 가끔 보낸다. 그러나 저것이야말로 시든 시가 아니든 상관없이 아버지의 인생이 묻어나는 진심이 담긴 글이 아닐까?


스미레는 일에 열중하여 자신의 사생활도 포기한 채 달렸지만, 심혈을 기울인 DEEP SEA는 대형 기획사에 빼앗기고, 남자친구와는 헤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그녀가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은 고향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본 소설에서 이런 식의 전환은 자주 본 것 같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곳은 삭막하고 메마른 도시가 아니라 아직은 전통이 살아있는 시골 고향집이다. 그곳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이 힘이 되어 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게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가족은 내가 뭔가 말하지 않아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준다.


스미레가 하루토와 함께 다시 재기를 위해 일어서게 되는데, 하루토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때문에 또 한번의 위기를 겪는다. 결국은 이 모든 위기도 가족의 사랑으로 (밋치가 아빠를 위해 찾아 온 네잎클로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의 힘, 사랑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 대부분은

스스로 꿈을 향해 다가간 사람이다

꿈이 꿈으로 끝난 사람 대부분은

꿈이 다가오기를 기다린 사람이다" (P.225)


아버지의 메시지는 촌스럽지만 직설적이다. 이에 비하면 친구 링코의 점괘는 꽤 말랑말랑하다. 스미레는 워크홀릭이지만, 가족과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힘을 얻는다. 링코도 그렇고, 도시짱도 그렇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료까지.


행복은 쉽게 얻어질 수 없다. 그러나 네잎클로버가 주는 행운이 없어도, 행복은 찾을 수 있다. 꿈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는 사람이 꿈을 이루는 것처럼 행복도 찾는 자에게 돌아온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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