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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불편했다. 저자가 프랑스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면, 나는 아마 익숙한 향기의 느낌, 혹은 낯설지만 한 번 경험하고싶은 향기를 유추했을 것 같다. 너무나 낯선 단어들의 나열에 나는 헤매고 또 헤매었던 것 같다.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글임에도 읽는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흘러가던지...
무언가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데에는 개인의 경험이 많은 작용을 한다.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것은 시각의 여운이다. 본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신뢰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들을 기억하는데에는 또다른 것들이 함께 한다. 그것은 후각이기도 하고, 촉각이기도 하고, 미각이기도 하다. 저자는 맡을 수 있는 것, 향기에 주목한다.
향기라는 것이 무엇인가? 불쾌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부를 때 우리는 향기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냄새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에서 향기보다는 냄새를 더 많이 맡은 것 같다. 물론 가끔 잠든 아이에게서 나는 향기와 볶은 커피에서 나는 향기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유년 시절, 혹은 과거를 떠올리는 수많은 기억의 단편을 냄새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놓았다. 낯선 기억들의 고리가 나에게 쉬이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살아나는 향수였을지라도 나에게는 읽기어려운, 공감하기 어려운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