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7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정신없이 바쁜 6월을 보내면서 나는 잠시 '쉼'을 생각한다.
 
새로운 시작을 했던 6월이었다. 그래서일까? 난 좀더 잘 하고 싶었고, 무리를 해서라도 잘 해내려고 애썼다. 6월의 마지막은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칠 때 쭈욱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하고 바랐다. 그것은, 나의 새벽은 그들의 새벽과는 다르지만, 같이 일어나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쉽게도 월드컵의 열기는 급격하게 가라앉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양인자님의 다락방 책꽂이는 이번에도 나에게 말을 건다. 나의 버킷리스트.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걷는 걸 딱 멈춘 건 스물아홉살 때였다." (p.10) 방송작가가 되면서 걸어다닐 시간조차도 부족했던 그녀, 40년을 글만 썼던 그녀가 23일동안 국토종단을 한 황안나 할머니의 책을 펼치고 그녀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었다는 이야기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 나이가 되어도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몸을 움직여 실천하는 그녀들을 보며 이제 겨우 40 중반에 나도 못할 게 뭔가라는 마음이 든다. 오늘도 나는 양인자님의 글을 통해, 황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번 용기를 얻는다.  
 
행복일기에서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독일의 작은 도시 바이마르의 수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넌 할 수 있어! 내가 도와 줄게. 이제 셋을 셀 거야. 겁내지 말고 뛰어내리면 돼!" (p.33)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커다란 용기를 갖고 다이빙대 끝을 박차고 뛰어내린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큰 소리로 "할 수 있어!"라고 외쳐주면 좋겠다. 아니, 나 스스로 나에게 그렇게 외쳐보고 싶다.
 
특집으로 꾸며진 여름밤의 야식은 나에게는 잊혀진 단어였다. 야식도 누군가가 차려주면 잘 먹었을텐데...하하하... 내 손으로 밥 차려먹고 산지 어언 몇년이던가.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보다 혼자 챙겨 먹는 밥이 더 많았던 나는, 3끼 식사도 어려워 끼니를 그러기 일쑤였다. 가정을 꾸리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지만, 새벽 2~3시가 되어야 들어오는 남편과 함께 야식을 먹은 적은 거의 없다. 쓰러져 잠든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쓴 야식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번 여름에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야식을 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 마음도 생겨난다. 물론 야식의 대명사인 치킨은 닭은 싫어하는 남편 때문에 안되겠고, 면 좋아하는 남편과 딸의 식성에 따라 국수라도 삶자니 그건 내가 싫어하는 거라서 어렵고... 아, 야식은 또 이렇게 나와는 인연이 없는걸까?
 
우리집에만 오면 죽어나가는 식물들을 보며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하는 애완동물 키우기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작년에 지인에게서 얻어 온 햄스터가 아직 살아있고,. 두어달 전에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잉꼬 한쌍도 잘 자라고 있다. 그 아이들 밥 챙기고 물 챙기고 하다보니, 식물 키우는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마침 오경아의 손바닥 가드닝을 보니 병충해가 파고 드는 여름이 오면 식물들도 많이 힘들어해서 보살펴줘야 할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메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고 병충해 예방을 해주고 내년에 또다시 꽃을 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물주기를 잊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바깥에 내 팽겨뒀던 식물들에게 오늘은 물을 좀 줘야겠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하는 것 같다. 여름 밤의 야식이 그러하고, 식물을 키우는 것도 그렇다. 정신없이 바빴던 6월이 가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7월에는 나에게도 누군가가 물을 한번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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