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루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69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정성원 옮김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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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라 잭 키츠의 그림책을 보다가, 이 그림책이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다. 애즈라 잭 키츠를 이야기할 때 백인이 아닌 흑인 혹은 유색인(소수민족)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최초의 그림작가라는 말을 빼놓을 수 없다. 유니세프에서는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수여하는 애즈라 잭 키츠상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보통 『피터의 의자』로 이 작가를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들을 꺼내놓고 보다가 이 책을 먼저 선택하였다. 슬쩍 들쳐 본 그림과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기때문이다.

 

수지와 로베르토는 인형극 공연을 위해 무대를 마련한다. 무대 밖에 앉아있는 관객들을 보면서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루이도 왔네. 쟤가 올 줄은 몰랐어." "나도 그래." 친구들이 모두 와서 구경해주기를 바랐을 공연인데, 루이는 의외의 관객이었던 것이다.

 

루이는 어떤 아이일까? 왜 이런 장소에 온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을까?
그 이유는 공연이 시작되고 난 후 바로 밝혀진다. 무대 위의 인형들을 보기 위해 벌떡 일어선 루이, 친구들이 안보인다고 아우성을 쳐도 막무가내이다.

결정적으로 루이는 무대 위의 인형 '구씨'에게 인사를 한다. 대답을 하지 않자, 종이로 나팔까지 만들어서 "안녕"하며 인사를 시작한다. 공연 중에 인형에게 저런 식으로 소리치는 건 3~4세 유아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장면 아닌가? 루이의 저런 행동에 친구들을 싫어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수지의 기지로 구씨의 입을 통해 루이를 진정시킬 수 있었고, 공연은 무사히 끝이 난다. 물론 루이는 공연 내내 가장 열심히 반응을 보이고 박수도 친 아이이다.


공연이 끝난 후 루이는 구씨를 안아볼 수 있었다. 이것도 수지와 로베르토의 작은 배려이다. 구씨를 꽉 끌어안은 루이를 보면서 수지와 로베르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루이는 보아하니 현실 속의 친구는 없는 듯하다. 이런 공연장에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듯이,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으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도 잘 오지 않는 아이인 듯하다. 공연 중인 인형에게 말을 걸고 주변을 인식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루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아이를 떠올렸다.

 

우리집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학교에서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1학년 입학을 하자 여기 저기 학교에서 루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엄마들은 그 아이때문에 학교 생활에 지장이 많다는 말도 한다. 그 아이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들을 읽어보면 루이를 자폐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자폐라는 것이 어느 선까지 통용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성이 부족하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관심을 가진 것에는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거나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했을 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아이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루이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루이. 벽에 그려진 그림 속에 대형 아이스크림이 보인다. 이 아이스크림은 나중에 루이의 꿈 속에 다시 등장한다.

어쨌든 등을 웅크리고 땅을 쳐다보고 걸어가는 루이의 모습은 왠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집에 돌아 온 루이는 방안에 혼자 앉아있다가 거대한 아이스크림을 구씨에게 먹여주는 꿈을 꾼다. 연극이 시작될 때 루이의 옆 자리에 앉은 여자아이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도 한 마리 옆에 있었다. 루이에게 구씨는 그 여자아이 옆의 고양이기도 하지 않을까싶다.

그러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는 루이, 친구들이 '안녕'이라고 말하며 공연장에서의 루이를 흉내내며 놀려대는 꿈을 꾼다. 루이는 자신이 공연장에서 했던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놀림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싫기도 하고. 그런 루이를 깨우는 엄마.


루이가 꿈에서 깨어, 엄마가 전해준 쪽지의 내용을 따라가자 놀랍게도 구씨가 루이를 기다리고 있다. 구씨는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 바로 수지와 로베르토일 것이다. 그들은 루이가 공연 중에 방해를 했을 때는 구씨의 입을 통해 루이를 진정시키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구씨와 루이가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마도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 루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친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는 것은 성숙된 모습이다. 루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루이의 입장을 고려하고, 루이의 기분을 헤아려주는 것은 보통 어린이들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 아이에게 그러한 모습이 옳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도 어렵다. 사실, 어른인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무시하거나 피해버리기 일쑤니까.

 

이 그림책에서는 수지나 로베르토가 루이와 함께 어울려 놀라고 하거나, 뭔가 거창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루이가 그토록 원하는 구씨를 살짝 가져다 놓음으로써 루이를 이해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친구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알게 한다. 강요하지 않고 설득하는 힘을 가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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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6-07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과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잘 그려낸
멋진 그림책 가운데 하나라고 느껴요.
이야기가 참 예쁘지요.

하양물감 2014-07-23 11:52   좋아요 0 | URL
네 의외의 그림책을 많이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읽고 아이랑 이야기하고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