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 - 198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5
돈 우드 그림, 오드리 우드 글, 조은수 옮김 / 보림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드리우드의 그림책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도 있겠지만, 뒤늦게 보게 된 이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원서와 함께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선생님께서는 원서를 통해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번에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도 원서를 함께 보게 되었다.

 


임금님은 왜 꿈쩍도 안하는걸까?

표지에서는 커텐 뒤에 숨어서 얼굴만 내민 임금님이 보이고, 신하들이 임금님을 나오게 하려고 꼬우는 장면이 보인다. 표지를 넘겨 처음 만난 쪽에서는 위와 같은 그림이 보인다. 성 곳곳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들을 찾아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았다. 성 맨 위에는 누군가가 뽀얀 김을 내면서 목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신하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한 남자(?)가 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누구일지, 저 위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을 한 다음, 다음 쪽을 펼쳤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소년의 모습, 그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물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과 창 밖으로 여전히 하얀 김을 내보내며 목욕하는 남자가 보인다. (사실은 내가 임금님이 목욕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그림책을 처음 펼친 아이들은 목욕이라는 것을 바로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 옷을 벗은 채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성 위의 남자가 목욕을 하는 거라면, 이 소년은 목욕물을 들고 올라가는 것이다. 수도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시대의 모습일 것이며, 어린 소년은 자기 몸보다도 더 큰 물통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고된 노동 중이다.

 


그 소년은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 큰일 났어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 누가 임금님 좀 나오게 해 주세요!"

그렇다, 저 벌거벗은 사람은 임금님이고, 저 어린 소년은 임금님의 목욕물을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간 것이다. 소년에게는  임금님이 목욕통 속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큰일이다. 당연히!!

아침부터 목욕통 속에 들어가 앉은 임금님.

신하들은 전투를 할 시간이라거나,점심을 먹을 시간이라거나, 낚시를 갈 시간이라거나, 가면무도회를 할 시간이라며 임금님을 불러낸다. 그런데도 임금님은 목욕통 속에서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다. 임금님의 목욕통은 전장이 되기도 하고, 식당이 되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하고, 무도회장이 되기도 한다.



목욕통 속은 임금님이 해야 할 일들로 가득찬다. 임금님의 표정은 신나고, 즐겁다. 그러한 목욕통 안에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하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내게는 매법 목욕통으로 그러한 물건들을 날라 무대를 만들어주는 소년의 모습이 더 눈에 띈다.



각 장면에서는 목욕통이라는 틀을 깨고 속을 들여다보면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전쟁터에서는 누가 나와 있는지, 임금님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연못에는 어떤 물고기와 곤충들이, 그리고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화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신하들이 임금님에게 할 일을 알려주고, 목욕통 속에서 즐기는(?)동안 소년은 여전히 일을 한다. 커텐을 걷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소년의 고민-임금님이 목욕통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신들이 어린 시절 목욕통 속에서 했던 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한솔이에게 너도 어릴 때 물에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았어, 라며 경험을 공유해준다. 그러면서 그림책 속의 소년은 아마도 엄마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라고 얘기했더니 엄마도 내가 목욕통에서 빨리 나오기를 원했어? 라고 물어온다. 그럼~!!





하루종일 임금님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고생한 것은 신하들도 왕비도 아니고, 내 눈에는 소년으로 보인다.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소년이다.



목욕통 속에서 놀고 있는 사람은 임금님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대치시켜 살펴보면, 우리집의 임금님인 아이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 아이들은 자기가 왕인양 행동한다. 모든 걸 다 해주는 소년같은 엄마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너라면 어떤 일을 할 때 그것만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책을 읽거나, 자기 방에서 놀때라고 답을 하였다. 만약 엄마가 너에게 그것을 그만 두라고 하고 나오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물어보았다. 아이의 대답은 책을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아직은 오로지 그것만 하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끄는 영역이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림책에 그려진 내용만으로도 이야깃꺼리가 무궁무진한다. 거기에 인물과 장소를 바꾼다면 함께 읽고 있는 아이와 대화를 나눌 내용도 많아질 것이다. 이 그림책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그만 두려하지 않는 아이와 함께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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