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 - 창작 판소리 동화 쑥쑥문고 80
김회경 지음, 오치근 그림, 이일규 감수 / 우리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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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창작판소리 동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우리교육의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을 읽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전래동화라고 익히 듣고 알고 있는 흥부전, 심청전 등이 모두 판소리였다는 것을 알고 본다면, 판소리의 형태는 우리에게서 낯선 것일지언정, 그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판소리도 창작동화의 한 영역으로 넣어 창작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책에서는 판소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 수 있다.

판소리 창작동화이니 판소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듯하다. 이 작품은 글에 장단을 붙여 판소리로 부를 수 있게 지은 동화이다. 판소리를 하려면 일단은 소리꾼, 고수, 청중이 필요하다. 판소리 내용을 글로 적은 것을 '사설'이라 하니 이 동화는 사설에 해당하는 셈이다.

호랑이가 오누이를 쫓아가는 이야기하면 해님달님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등등...우리가 딱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면 창작동화가 될 수 없을 터.


엄마를 잡아먹은 호랑이인지, 호랑이같은 진짜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랑이 한마리가 오누이가 사는 집 앞에 와서 오누이를 불러댄다. 오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수수께끼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다가 엄마가 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려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하는 아이들, 문 안으로 쑥 집어넣은 팔에 털이 복실복실하다. 상황을 묘사하는 곳에서는 다양한 장단이 사용된다. 중중모리였다가 휘모리였다가 자진모리였다가.

호랑이에게서 도망 나온 오누이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도망을 간다.

두엄더미 속에 숨은 오누이를 발견하지 못한 호랑이가 두엄더미를 푸는 농부아저씨 앞에서 거짓울음을 울며 아이들을 찾는다.

겨우 도망친 오누이가 산비탈 집에서 도움을 구하지만, 아주머니는 호랑이 말만 믿고 아이들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사실, 전래동화 속 오누이들에게는 이런 일은 없었지만, 도망가는 오누이를 보살펴주거나, 호랑이엄마로부터 보호해주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았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오누이는 부모 말을 듣지 않고 도망 나온 말 안듣는 아이들이다. 가정폭력에 병든 아이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무관심, 혹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겨우 도망나온 오누이가 수수께끼를 내며 서로를 다독이는데, 그 내용이 실랄하다.

이웃 사람 하나 죽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 옆 사람 호랑이한테 물려 가든 귀신한테 잡혀가든 아랑곳 없어. 제 한 몸 잘 먹고 잘 살기 우선이요, 제 하고 싶은대로 하자드니 못된 짓 착한 짓 구분할 필요 없이 인정없게 구는 것은 무엇이란 말이요?

호랑이인지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고?
그 사람 호랑이 마음 가진 사람이오. 겉모습 사람이되 호랑이 마음 들어 있는 호랑이 같은 사람이지요.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도망치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수수께끼 속에 녹여내니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혹시 그런 호랑이 같은 마음을 가지 사람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람인지 호랑이인지 구분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할까? 뭐 이런 건 어른인 내 마음이고, 아이들은 어쨌든 오누이가 저 호랑이한테서 얼른 도망가기를 바랄 터이다.

살구나무 신령조차도 호랑이 말을 믿고 오누이를 내치려 하지만, 결국에는 호랑이의 본 모습을 알고 미안하다 한다. 우리는 이웃집 아이가 어떤 일을 당하든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저 아이 도와주다 내가 어떻게 될까봐 피하고 눈감았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오누이가 잡아먹히고 나면 우리 차례인것을. 남의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곧 남의 일이다.

호랑이 뱃속에서 살아돌아온 엄마와 오누이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었던 늑대처럼, 염소네 가족을 모두 삼켰던 늑대처럼 호랑이도 제 뱃속의 어미를 토해낸다. 진짜 호랑이가 잡아먹었던 어미인지, 호랑이같던 어미가 개과천선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호랑이의 탈을 쓰고, 제 아이를 못살게 굴고 폭력을 휘두르는 그런 어른들 소식이 들려온다. 오누이처럼 도망쳐 살아나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 책 속 호랑이는 전래동화 속 호랑이일수도 있지만, 어미의 탈을 쓴 호랑이 마음을 가진 어른일 수도 있겠다.

나는 왜 자꾸 이 호랑이 이야기가 그렇게 읽히는지...

판소리 장단에 맞춰 읽어보니 속도감도 있고, 상황과 분위기도 느껴진다. 글로 표현된 문학이지만, 거기에 소리가 입혀지고 장단이 끼어들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는 듯하다.

내용도 형식도 알맞게 자리를 잡은 책이다.



책에는 호랑이와 오누이 이야기말고도 요깨동굴 이야기가 한 편 더 있다.

랩풍으로 읽어가는 부분도 있고, 판소리의 형식을 살려 읽으면 재미있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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