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펫 4종 세트 좀비펫 시리즈
샘 헤이 지음, 사이먼 쿠퍼 그림, 김명신 옮김 / 샘터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에, 한솔이가 좀비펫 시리즈를 사달라고 했을 때, 엄청 망설였다. 내가 좀비라는 캐릭터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인데, 나에게 좀비란 별로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좀비 열풍이라 할만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난 그것도 영 탐탁치 않았었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이다.

 

한솔이가 좀비펫을 본 건 바로 부산어린이책잔치에서였다. 전시된 책 중에 하나였고, 1권 정도는 다 읽은 상태에서 나머지 책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건성으로 응, 하고 대답하고 말았는데, 아는 지인의 아이도 그 책을 읽고싶어했다. 그래서 사서 한솔이 읽고 그 친구에게 주면 되겠다싶어서 구입.

 

한솔이에게 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았다. 결론은 '좀비'라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펫'에 무게중심을 옮기면 생각꺼리가 많아지는 책이었다는 점이다.

 

좀비란 것이 죽어서 죽은 자의 세계에 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고 있는 존재이다. 여기 나오는 좀비펫들도 죽었지만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애완동물들을 말한다. 우리 나라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들도 이런 종류인데 이름만 다르다뿐 하는 행동은 똑같다. 귀신들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 억울함을 풀어달라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귀신이야기들의 주요 얼개라면, 이 좀비펫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좀비가 된 애완동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다. 억울하게 죽었고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거나, 남아있는 가족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위해 누군가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조'다. 조는 찰리삼촌으로부터 죽은 자의 신이라는 아누비스부적을 선물로 받고 그에게 오는 좀비펫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뚱뚱한 햄스터 덤플링은 전기청소기에 빨려들어가 죽었다. 붕대 감은 고양이 피클은 강이지에게 쫓기다 차에 치여 죽었고, 강아지 덱스터는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뛰어다니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고, 피즈는 변기에 빠져 죽은 금붕어이다. 이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한두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이야기이다. 보통의 이야기가 애완동물과의 교감을 다룬다면, 이 책은 애완동물들과의 헤어짐, 그 중에서도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헤어지는 경우이다. 애완동물을 떠나보낸 주인의 입장은 물론이고 갑자기 그들을 떠난 애완동물들의 입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죽음이란 것은 어린이들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형제 자매보다도 애완동물과ㅣ 더 교감을 나누고 사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은 물론이고 인간보다 자연적인 수명이 훨씬 짧기때문에 언제나 먼저 그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상황에서 애완동물의 죽음은 충분히 이야기나눌 가치가 있다. 또한 인간에 맞춰진 환경에서 애완동물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싶다. 그러한 상황을 문제해결을 해나가면서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좀비라는 이유로 이 책을 멀리했다. 좀비라는 이름에서 오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은 그저 죽어서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떠도는 한많은 애완동물의 영혼이다. 물론 자신의 급박한 상황때문에 조를 난처하게 하고, 조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문제만 해결해달라고 하는 좀비펫들의 행동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급박하고 절박한 사정은 있기마련이다.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그들은 편안하게 이 세상을 떠나지만, 조는 또다른 좀비펫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조가 이 상황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4권에서도 끝나지 않고 '다음 권에 계속'이라는 문구가 나왔으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의 입장도 고려하는 좀비펫들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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