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와 다람쥐 큰곰자리 10
채인선 글, 김효은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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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와 다람쥐를 막 읽고 나서, 아이의 자신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떨 때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보통은 자신이 한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도 당당해질 수 있다. 그 다음은 결과는 그리 좋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과정에 대한 칭찬과 보상에 의해 자신감을 갖기도 한다.

 

민지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특히 찰흙으로 요것저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민지는 가구세트 만들기에 도전을 했다. 민지의 바람은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p.3)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지의 작품들은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왜 만들었는지 이유도 모를 것 같은 작품만 나온다. 새로 만들기로 한 민지는 창틀 아래로 작품을 툭 밀어뜨려버린다. 그런 민지의 작품을 하나하나 챙겨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다람쥐네 가족이다.

 

민지가 만든 작품들은 민지의 마음에는 하나같이 부족하고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람쥐네 집에 가서 본 민지의 가구들은 다 제각각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글이 진행되는 가운데, 민지는 다람쥐와 이야기를 하고, 다람쥐네 집에 들어가기 위해 몸이 작아지고, 다시 몸이 커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다람쥐와의 의사소통이 신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를 일들이 아주 많으니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어찌보면 참 교훈적인 이야기전개라 식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약간의 환타지적인 요소가 있어서 다람쥐네 집으로 우리도 자연스레 따라들어갈 수 있다. 민지가 만든 작품들은 시계 바늘이 없거나 약간 찌그러지거나 하긴 했지만, 다람쥐네 집에서는 각각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가구가 된다. 민지의 작품만 그러할까? 우리가 가구를 가구라고 여기는 것이 그것이 자신의 쓰임새에 충실할 때이다. 민지가 가구세트를 만들면서 가구의 쓰임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완벽하고 예쁜 작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작품을 만드는 데에만 매진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민지의 작품은 결국은 생명이 없는 미니어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민지가 쓰임새를 생각하며 다람쥐네 집을 꾸미듯이 자신의 가구들을 재배치해본다. 그러자 자신이 만든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학업이나, 취미생활까지-에 목표의식이 없다. 목표라고 하는 것 역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보니 만드는 과정도, 그 결과도 자신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게 된다. 또한 그와 함께 남의 눈에 비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이 뭘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의식이 자리잡지 못하고, 계속 주눅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민지의 작품이 다람쥐들에 의해 생명을 얻고, 민지는 자신의 작품들이 쓸모있는 가구로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과 결과물에 대해 멋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초등학생이 된 한솔이는 요즘 그림 그리기에 한창이다. 주제가 있고 자기만의 표현양식이 있다. 그 작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행동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엄마가 보기에는 못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한솔이는 자신있게 이건 무엇이다라고 보여준다. 그러한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누군가의 이목이 나의 행동에 분명히 제약을 가져오며 그것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그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자신의 만족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남의 이목만 좇는다면 앞으로 남은 너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한솔아, 난 지금 너의 모든 행동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단다. 너도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자신을 갖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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