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노란상상 그림책 11
하이로 부이트라고 지음, 김정하 옮김, 라파엘 요크텡 그림 / 노란상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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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앤서니 브라운의 극찬이 아니어도, 이 그림책 읽어볼 만하다.

첫장을 넘기면 아이와 동물의 발자국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 발자국 크기로 봐서는 당연히 큰 동물, 표지그림에서 봤겠지만, 바로 사자의 발자국이다. 이들은 왜 함께 걷고 있는걸까?

 

안녕! 우리 집까지 함께 가 줄래?

여자 아이가 사자 앞에 서서 노란 꽃 한송이를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에 사자는 어디서 나온걸까?

사자의 정체를 푸는 열쇠는 바로 사자 뒤에 보이는 묘지석이다.

1948

 

사자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여자아이는 태평스럽다. 주변의 사람들이 놀라거나, 아이를 보호하느라 저지하거나, 또는 죽은척을 하고 있는 아빠도 있다. 그런가하면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아이도 있다. 사자는 어떻게 해서 학교까지 오게 되었을까?

 

학교 앞 풍경은 몇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 아빠의 모습과 달리 여자아이는 사자와 함께 가고 있다. (음,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엄마만큼 아빠가 많이 보인다는 정도? ㅎㅎㅎ)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아이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하품을 한다. 

 

학교에서 아주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 사자와 함께 씩씩하게 걸어간다. 큰 도로를 건너서 집으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동생을 챙긴다. 편안하게 그동안 사자는 쉬고 있다.

 

마을에 들어 선 여자아이는 가게에 가서 음식을 사지만, 돈이 별로 없어서 많이 사지 못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형편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동생을 데리고 가는 걸 보면 엄마가 없거나, 엄마가 바쁜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온 여자아이는 엄마처럼 음식도 하고, 함께 밥도 먹는다. 여자아이는 분명 아이지만, 동생도 챙길 줄 알고 가사일도 할 수 있는 아이다. 아주 씩씩한. 이쯤 되니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가 궁금해진다.

 

아하, 엄마가 일터에서 돌아온다. 일하는 엄마를 둔 남매. 버스에서 내린 엄마의 표정은 여자아이와는 달리 피곤에 지친 모습이다. 삶이 팍팍함함을 느끼게 된다. 여자아이는 사자에게 엄마가 올 때까지만 같이 있어달라고 한다. 엄마가 돌아오자 사자에게 "가고 싶으면 가도 돼. 하지만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다시 와 줘. 꼭!"이라고 말하는 여자아이.

 

여자아이와 동생, 그리고 엄마가 잠든 모습을 보면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궁핍한지, 그리고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아빠가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엄마, 동생을 돌보고 학교도 다녀야 하는 여자아이. 그렇지만, 여자아이의 모습은 슬프지가 않다. 그래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침대 곁에 놓아 둔 사진 속에서는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자머리를 한 아빠의 얼굴도 보인다. 그리고 사자를 만날 때 들고 갔던 노란 꽃도 보인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살던 가족을 두고 아빠는 돌아가셨다. 앞에서 보았던 묘지석은 바로 아빠의 묘지석이었던 것이다. 여자아이에게 아빠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빠가 없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여자아이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여자 아이는 아빠를 잃었지만, 마음 속에 영원히 담아두었다.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갈 당찬 여자아이의 모습이, 그래서, 희망적이다.

 

어쩌면, 아빠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아빠는 늘 부재중일 때가 많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지 못하고 사회에서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우리집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하는 날이 많다. 퇴근시간이 불규칙하여 아이가 잠든 뒤에 집으로 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빠의 존재가 너무나 미약하게 느껴지는 요즘이기에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어본다.

 

바로 옆에 아빠가 없어도, 아빠는 늘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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