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나날들 높은 학년 동화 27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이미화 옮김, 조성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어린이책 중에서도 제법 장편인 소설을 읽었다. 아무래도 아이가 아직은 어리다보니 저학년용 도서를 읽게되는데, 모처럼 고학년이 읽으면 좋을 책을 읽은 것이다. 일단 첫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술술 읽힐만큼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책이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지나가야 하고
어느 곳에서도 그곳이 마치 고향인 양 얽매여서는 안 된다. (……)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 헤르만 헤세, 〈생의 계단〉 가운데

헤르만 헤세의 시가 이 책의 중심 주제를 확실하게 드러내준다. 갑작스러운 이사를 하게 된 사무엘은,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자신의 수집품이기도 한 '딱정벌레'를 품고 있는 북부공원과 같은 장소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라는 생각도 한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곳을 벗어나 모든 것이 새로운 도시로 가야하는 아이의 감정이 잘 드러나있다. 거기에 사물엘의 엄마가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까지 더해진다.

 

얼마전에 우리집 아이는 딱정벌레 관찰체험을 했다. 딱정벌레는 종류가 아주 많아서 우리가 딱정벌레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 예를 들면 무당벌레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딱정벌레를 찾아서 관찰하고 생태를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야했다. 사무엘은 늘 집 주변 공원에서 딱정벌레를 찾았다. 그렇지만 이제 도시로 이사를 하면 그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딱정벌레를 좋아하여 수집을 하지만 절대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는 않는다. 단지 수집품으로써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렇기에 사무엘은 딱정벌레에 과한 한 아는 것이 아주 많다. 아이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하는 것의 차이 말이다. 사무엘은 딱정벌레 뿐만 아니라 고양이 밍카와 그 새끼들을 보살피는데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무엘은 새로 이사한 집, 새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사와 전학은 어른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사무엘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거기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하는 것은 사무엘의 일이다. 사무엘은 점차 친구들을 알아가고 우연히 만난 니키를 통해 고양이들과도 만나며, 그 고양이가 살 곳을 마련하는 가운데 동네사람들과도 알아간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날들에 마법이 깃들기 시작한 사무엘. 그러나 엄마가 자신의 자아계발을 위해 집을 나가는 일을 감행하고 어쩌면 이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엄마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은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고,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 사무엘은 새 친구와 새 환경에 완전히 적응을 하고,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으며, 아빠는 그러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나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넘기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매일을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젠가는 사무엘네 가족처럼 변화를 맞이할 날이 올 것이다. 변화는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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