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말할 줄 모르는 토끼 이야기 벨 이마주 86
엘레나 골도니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음, 그래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아니'라고 거절하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며 그림책을 펼쳤다. '아니'라고 말할 줄 모르는 저 토끼는 '마커스'이다. 그런데 이 토끼는 '아니'라는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자기가 하기 싫은 행동도 억지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때로는 '아니'라는 말을 할 줄 몰라서 친구의 마음을 다치게도 한다.

 

우리는 어떨 때 '아니'라는 말을 쓸까?

예를 들자면, 누군가의 제안이나 제의에 대해 동조하지 않을 때 '아니'라고 정확하게 거절을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그런가하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맞지만' '아니'라고 말해야 할 센스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은 전자의 경우에는 거의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왠지 내가 따돌림을 당하거나, 싸가지 없는 1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아니'는 그런대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마커스는 저 두가지 모두가 안되는 토끼인형이다!!!

 

그래서 늘 하기 싫은것도 억지로 해야 하고 다른 인형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일도 생긴다. 그러던 어느날 마커스의 귀가 엄청나게 길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똑똑한 고양이 인형 키로부터 '희귀성 청각 기관 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아니 라는 말을 연습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마커스는 언제나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나 선생님 말을 잘 들으라고만 했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이의 의견을 듣기보다 어른들의 의견에 따르기만을 강요하고 그에 따르는 아이를 착한 아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도 '아니'라는 말을 하기를 주저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닐 때는 아니라고, 그렇다고 생각할 때는 그렇다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그래놓고 이 아이가 커서 '예스맨'이 되었을 때 손가락질을 한다.

 

지금부터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마커스는 위험에 처했을 때도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키키의 도움으로 '아니'라는 말을 연습했던 마커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아니'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 역시 나는 연습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커스는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에 무엇이든 '아니'고 말하는 토끼가 된 것은 아니다. 거북이 인형 릴리가 산책을 가자고 할 때는 여전히 산책을 따라나가며, 돼지 인형 소냐가 뚱뚱해진 것 같냐고 물을 땐 '글쎄'하고 슬쩍 피해가기도 하고, 용 인형 브렌든이 장난을 치자고 할 때는 '아니'라고 말한다. 즉,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줄 아는 토끼인형이 된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것이다.

 

그림책을 보고 있는 나에게 우리집 아이가 다가와 말을 한다. "엄마, 이 책 진짜 재미있는 책이야. '아니'라고 말하지 못해서 귀가 길어지잖아. 그런데 얘는 돼지인형이 뚱뚱하냐고 물어도 그렇다고 해. 하하하..."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었던 아이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유치원생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고 초등저학년이라면 자기 생각을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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