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이순신 - 우리 시대의 이순신을 말하다
혜문 지음 / 작은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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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것들은 최근에 불거졌던 김연아동상이나(김연아 동상이라 부르는 것도 찜찜하지만) 이외수의 감성마을, 박지성로(동탄 지성로)와 같은 현존인물과 관련된 것들은 물론이고, 별주부전과 같은 고전문학, 작가나 예술가들의 문학관, 기념관 등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부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를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 혈세가 낭비된 곳도 있다. 그 판단이야 어찌되었건 유명인의 유명세를 통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심보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이순신'을 다룬다. 이순신이라는 인간의 삶이 아니라, 그를 표현하여 세워놓은 동상을 둘러 싼 논란을 다룬다. 이순신은 우리나라 사람 누구라도 존경해마지않는 성웅인데, 그를 기려 세운 동상은 왜 문제가 되는걸까? 저자는 부당하게 반출된 불교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했고, 우리 민족의 문화재를 약탈해간 일본을 상대로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해왔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정작 국가는 뒷짐을 지고 서있거나, 일본의 눈치를 본다. 왜 그럴까? [조선왕실의궤]를 되찾아왔을 때도 가장 기뻐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걸 국가적 경사로 홍보하면서, 우리의 주요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에는 왜 적극적이지 못할까? 아니,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누군가가 대신 이루었다면 같이 기뻐해야 할 국가가 왜 남의 집 일인양 뒷짐지고 바라보는 것일까?2012년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0년이 되는 해였고, 임진왜란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 중 단연코 최고는 이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이순신을, 아니 이순신만을 기억할까? 저자는 박정희 군사 정권 시절 국가적 차원의 성웅화 작업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국가가 나서서 '이순신'을 영웅화했고, 시대가 시대니만큼 언론도 국가가 원하는 대로 '성웅화'작업을 했을 터이다. 국가가 영웅화한 이순신, 국가가 외면한 조선왕실의궤환수작업. 이 둘 사이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아직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이순신장군하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장군이고, 승리를 이끈 장군이다. 그런데 그가 일본식 칼을 차고 있다거나, 일본식으로 꾸며진 정원에 둘러쌓여있다거나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또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이 조선식 갑옷이 아니라면? 그의 실제 모습과는 다른 얼굴이라면? 수많은 혈세를 쏟아부어 여기저기서 만들어낸 거북선이 엉터리라면? 우리는 이순신을 우리가 수없이 보았던 이순신 동상으로 기억한다. 그 시대의 기록물에 남아있는 내용만으로, 이순신의 모습을 복원해야하니 실제인물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미지는 비슷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글로 쓰여진 단서보다, 동상으로 제작된 형체를 실체로 기억한다. 나는 이순신이 정말로 강인하고 근엄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호인형인줄 알았다. 내가 본 시각적 이미지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저 시대에는 저런 갑옷과 저런 칼을 썼구나 했다.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면 그 동상의 모습으로 그려낼 것이다. 그만큼 시각적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순신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면? 저런 갑옷을 입지 않았고 저런 칼을 차지 않았다면? 그것을 이순신 동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치 김연아를 하나도 닮지 않은 동상을 김연아동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저자는 이순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 환수에 대한 열의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와 관료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리고, 대중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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