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이 우리 누나 쑥쑥문고 77
장경선 지음, 김은주 그림 / 우리교육 / 2012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 역사에 기록된 참 많은 사람들 중에 위대한 왕이나 영웅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아주 당연한 이 문장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는 말을 하며 이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가 바로 그들의 이야기일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한다. 그리고 저자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쭉 쓰고 싶어하는 작가로 소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라 하면, 그다지 유쾌할 것 없는 이야기들,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슬픔과 아픔을 그려낸 무거운 이야기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우리를 안심시킨다.


물론 그 시대의 이야기가 즐겁고 재미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리는 없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을 살았다고 해도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 꿈을 꾸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리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는 총 4개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김금이 우리 누나', '싸움닭 바위', '1920년, 봄입니다', '마음으로 쓴 편지'.


'김금이, 우리누나'에 나오는 금이는 지능도 모자라고 말도 못하는 아이다. 그런 금이를 누나로 둔 금동이가 주인공이다. 지금 금동이네 마을에서는 자꾸 아이들이 사라진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고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들을 단속하느라 아이들만 잡아가서 삶아먹는 놈이 있다고 겁을 준다.

요즘같이 SNS로 소문이 퍼진다면, 사라지는 아이들에 대한 괴소문이 삽시간에 퍼졌을 것이고, 말이 되니 안되니, 이런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을 잡니 마니, 시끄러웠을 법하다. 어쨌든 엄마는 금이에게도 똑같이 단단히 일러주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그날 아이들은 길에서 자치기를 하다가 일본 순사를 만나고, 실수도 순사의 얼굴을 다치게 한 금이는 순사에게 얻어맞는데, 엄마와 금이를 마구 발로 차던 순사가 금동이를 보고는 태도가 돌변한다. 사탕을 준다며 금동이를 살살 꾀어내는 순사의 모습에서 뭔가 찜찜함이 느껴진다.


일본순사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금동이가 한 일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무덤 속에서 보물들을 꺼내는 일이었다. 작은 구멍 속으로 들여보내기에 안성마춤인 아이들을 이용하고 그 비밀을 위해 구멍을 막아버려 마을에서는 계속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들에게 조선사람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았다면, 저러한 일은 차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조선사람은 일을 하는 기계였고, 대신 전쟁을 하는 총알받이였고, 실험대상이었을 뿐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그들의 태도는 두번째 이야기 '싸움닭 바위'에서도 나온다.

그런데, 왜 이 단편은 금이의 이름이 제목일까? 나는 금동이가 금이를 누나로 대해주지도 않고, 순사에게 맞아 터질 때도 도와주지 않는 데서 금동이 역시 금이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금이는 금동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정적이지만 극적이지는 않은게 조금 아쉽지만) 사람은, 그 어떤 것보다도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할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싸움닭 바위'에서는 싸움닭의 경기를 보여준다. 싸움닭이 경기를 할 때는 네 발가락 뒤쪽에 있는 엄발을 묶어서 경기를 하다 죽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한다. 스포츠 경기를 할 때 사람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것과 같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기를 하는 것이지, 서로 죽이자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인들에게 늘 지기만 하는 다카하시는 싸움닭의 엄발을 묶지 않고 경기에 내보내고, 바위는 피를 흘리며 경기를 한다. 결국은 정당한 방법으로 경기를 한 바위가 승리를 하는데, 이 주제는 역시 '1920년, 봄입니다'에서 다시 되풀이된다.


자전거 경기가 열린 경복궁. 왕이 계신 궁궐에서 자전거 경기를 하거나,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리거나 하면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뭉개고자 했던 일본의 정책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자전거 경기가 열리던 날, 이길 것을 장담하던 일본이 질 것 같자 경기를 일방적으로 중단해버린다. 경찰서장의 아이를 따라가 그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광일이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폭력과 억지가 아니라 '정당한 방법'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마음으로 쓴 편지'. 강제노동을 하러 간 조선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강제노동이 끝나는 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모두 총살하고 구덩이에 묻어버리는데, 이 주제는 또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간다.


이 책이 근대사회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1쇄 한정으로 돌아보며 배우는 근대역사(근대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 찾기)가 증정되었다. 이 역시 서울 위주의 구성이라 살짝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부산근대역사관이나 들러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