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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트레이더 김동조의 까칠한 세상 읽기
김동조 지음 / 북돋움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을 관통하는 두가지 주제"는 1. 편견에 따른 차별은 줄어드는 대신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늘어난다. 2.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는가만을 생각한다. 라는 것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든, 인생을 설계하든, 자기계발을 하든 간에 위의 두 가지 관점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책의 전반부에 걸쳐 반복된다.
솔직히 1장의 2~3가지 챕터를 읽으면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가독성 때문에 힘들었다.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혹은 거의 다른 글의 흐름때문이기도 했고, 재미없는 정치이야기가 먼저 나와서이기도 하다. 이걸 꾹 참고 읽다보면 - 뭐 안 읽고 넘어가도 별 문제는 없을듯- 뒷 부분은 그런대로 읽기가 수월했다. 저자의 관점과 시선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만 빼면.
우선 차별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줄어들되 불평등은 늘어난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적인 약자로 생각되는 여성의 입장에서 한국사회는 아직도 여전히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도 여성차별을 없앰으로써 남성에게 불평등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역시 같은 선상에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제법 많이 나온다. 특히 1장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것은 이 책을 읽고싶지 않은 기분으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범죄의 경제학에서 저자는 마약거래와 같은 범죄자를 수감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마약거래는 육체와 금전에 구체적인 피해를 주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마약거래는 쌍방이 원함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p.28)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를 무겁게 다스리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나는 저자의 이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 묻지마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그런 범죄 뒤에 환각상태 혹은 마약을 구입하기 위한 비용 마련 등의 동기가 많이 자리잡고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심기를 건드린 챕터는 불평등과 정치에서 경상도 사람을 꼬집어 이야기한 부분이다. 내가 경상도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상도 사람이 저지르는 차별이 무엇인지, 그 차별로 인해 무슨 이득을 얻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설명한다. 사실 유권자의 투표는 수도권 주민들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사람들이 "누구를 차별할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어긋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경상도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차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정치, 사회, 경제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말이다.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도 나의 의견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의 등록금은 지나치게 비싸다.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수입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가끔 뉴스나 신문에서 말하는 평균연봉을 들을 때마다 나는 좌절을 느낀다. 고급인력이라는 말을 듣지만, 대학 졸업한지 15년이나 지난 우리가 받는 연봉은 가끔 언급되는 언론 속 대졸신입사원 연봉보다 적다. 우리 부부의 연봉으로는 아이 대학 1년 보내면 먹고 살 돈이 없다. 아니 오히려 적자다. 그렇게 대학을 나오면, 적어도 들어간 돈보다는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런 직업을 갖기도 힘들다. 그런데 어째서 비싸지 않은가? 물론 저자는 대학이 고급 교육서비스를 위해 투자를 했다고, 그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큼은 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대학이 그 등록금에 준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그런 대학을 나오고도 나처럼 평균연봉에 못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지방국립대를 늘려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는 물론 찬성을 한다. 다만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높은 교육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내 의견과는 상당히 다른 의견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그나마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내 의견과는 다른 의견도 알아야겟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일부 저자의 생각에 동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가진 자의 경제학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