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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 스푼 -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12년 7월
평점 :
내가 아는 FTA는 한미FTA밖에 없다. 그것도 이름만 알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왜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지도 잘 모른다. 사실, FTA 자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겠는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러니, FTA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은 찬성과 반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뭐그리 숨기는 것이 많은지,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없다. 정치인, 그들만의 싸움 속에도 과연 FTA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 나보다야 많이 알겠지. 그러니 찬성한다 반대한다 싸움도 하는 거겠고-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니 터키와 FTA서명을 했단다. 미국하고만 하는 게 아니구나, 무식한 티를 팍팍 내며 뉴스를 봤다. 내친 김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외교통상부의 FTA사이트가 보인다.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FTA로 나라가 시끌시끌할 때도 쳐다보지 않았던 내가 왜 이제서야 찾아보는가?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국민이 나와 같은 상태가 아닐까?
우석훈의 책은 처음 읽는다. 그의 이름은 익히 들었으나 그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또, FTA책도 처음 읽는다. 역시 이름은 익히 들었으나, 그게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저걸 알면 재미라도 있을지 의심스러워서 무관심했다. 책을 다 읽는 지금, 나는 나의 무관심을 반성한다.
이 책은,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FTA가 무엇인지,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FTA를 다루지만, 내용이 참 쉽다.
WTO체제에서 FTA체제로 가는 것이 아니라, WTO는 그대로 있고 그 안에 하위체제로 FTA가 존재한다. WTO가입국이 자기들끼리 관세를 낮추는 별도의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가 낮아지면 소비자는 이익이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은 소비자일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에 속하기 때문에 소비자로서의 이익만 있다는 것은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더군다나 WTO체제에서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한국이 굳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한국은, 우리 정부는 FTA를 체결하고자 그리 애를 쓸까?
저자는 현 정부는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통상정책과 FTA에 대한 시각까지 다룬다. 이는, 집권정당이 바뀌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FTA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FTA는 분명 경제에 관한 협정이지만 경제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의 요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를 경제의 눈으로 보지 않고 정치의 눈으로 보다보니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는 측에서도 FTA에 대한 경제적 관점을 소상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국민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단어로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는 요구만 있을 뿐이다. 내가 느낀 FTA는 그것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어렴풋이나마 FTA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말 많은 ISD도 무엇인지 이제야 알았다. 국익도 없고 개인의 이익도 눈에 드러나지 않는, 더군다나 사회적 약자(청년과, 노인과 여성)에게는 더욱 가혹한 이 협정을 굳이 해야겟다고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통상'을 경제의 눈으로 볼 것인가, 종치의 눈으로 볼 것인가(외교부가 지금처럼 통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은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FTA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통상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