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변기 걸작의 탄생 1
박수현 글.그림 / 국민서관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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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변기, 바로 뒤샹의 작품 '샘'이다. 언젠가 이 작품을 보면서 참 재미난 발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옛날 우리의 '요강'을 도자기로 생각하여'사탕단지'로 썼다던 외국인들이 생각났다. 원래의 목적이야 화장실용이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뒤샹은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이 책은, 변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변기는 자기가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볼일을 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그 일과 그 일을 하는 장소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변기가, 가게 쇼윈도에 앉아 꿈을 꾼다. 그런데 그 꿈을 뒤샹이 이루어준다.

 

게다가 이 책의 구석구석에 다른 작품들이 보여진다. 예를 들자면, 고흐의 방이라든가, 모나리자라든가,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같은 작품들 말이다. 이 그림책의 말미에는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참고하면 좋겠다.

 

어떻게 해서 '변기'가 '샘'이라는 작품이 되었으며, '샘'은 어떻게 하여 작품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만약 이때 뒤샹이 일상의 물건을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인식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수많은 작품들(예를 들자면 백남준의 작품과 같은)이 작품으로써 인정을 받거나, 작품으로써 제작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변기'가 예술작품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뒤샹의 작품을 만드는 태도(나 작품에 대한 생각)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프로펠러의 발명으로 인해 더이상 새로운 것, 멋진 것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뒤샹이 새롭고 참신한 무언가를 찾아헤매었다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남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술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 중에서 존경하고 기리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남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이 시작한 인물이거나, 남들이 다 하고 있는 작업이라하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든 인물들이다.

 

'창의적인 것'에 대해 요즘 우리는 지나치게 강박적인 관념에 매여있는 듯하다. 뒤샹이 한 작업은 모두가 알고 있는 용도의 '변기'를 다른 용도의 '샘'으로 만들어냇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잇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이 그림책을 본 뒤에, 국민서관에서 제공한 활동지 중, 변기를 새로운 것으로 꾸며보는 작업을 한솔이와 한솔이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해보았다. 아이들은 '변기'를 참 다양하게 변형시킬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열린 생각들이 계속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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