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내내 흐리더니 비가 온다.

일하는 도서관이 지하에 있다보니 바깥 날씨를 쳐다볼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한달에 두번 있는 쉬는 월요일이다. 그래서 집에서 뒬굴거리다가 밖을 쳐다보니 비가 온다. 얼른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들이고, 오늘 정월 대보름이라고 한복을 입고 유치원에 간 한솔이를 생각한다.

 

참, 많이 컸다. 아침에 한솔이가 보는 글쓰기 철저반복 시리즈 리뷰를 올리면서 두어달 사이에도 수시로 변하는 한솔이의 꿈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겨울방학동안 어쩔 수 없이 일터인 도서관으로 매일 데리고 출근을 했다. 하루종일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서 지내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이 입는 초록색 앞치마까지 하고 도서관 일에 이것저것 간섭을 해대던 한솔이가 자기 꿈이 사서라고 쓴 걸 보니... 다양한 직업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는 것도 아이의 미래의 직업 산택에 제법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체험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선 그마저도 찾기 힘들지만) 부모가 하는 일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뭐, 자신의 직업에 대해 100%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그래서 내 아이는 이 일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나는 지금 내 일이 만족스럽다. 좋아하는 책도 보고, 책읽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할까 고민도 하는..

 

지금 한솔이의 성향을 볼 때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어쩌면 비슷한 길을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완전 다른 성향을 보일 때도 있지만) 한솔이가 요즘은 제법 긴 글밥의 저학년 창작동화도 읽어낸다. 혼자서도 잘 읽지만, 아직도 그 긴(읽어주기에는 목이 아픈 --;)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당황스럽다가도 뭐 읽어주지 싶어서 읽으면 오히려 내가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며칠전에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저학년 어린이용 세계명작책을 50% 할인하길래 한 질 들였다. 지금 우리집에 있는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은 다 완전축소판 그림책이라 조금 내용이 더 있는 걸 읽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할인판매 마지막날 밤에 주문을 했다. 한솔이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더니 좋다고 읽어댄다. 잘 읽으니 사줘도 돈 아까운 짓은 아니었구나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면 한번 더 갈아타야겠지?

 

흐린 하늘이 잠시 짐을 내려놓았던 걸까? 잠시 내리던 비가 그쳤다. 한솔이는 오늘 정월대보름이라고 한복을 입고 유치원에 갔다. 한솔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전통명절을 워낙 잘 지키는 유치원이라 단오때도, 정월대보름날도 행사가 많다. 1년에 한두번 입을까말까한 한복을 얼마나 입어댔는지, 올해 또 새 한복을 사줘야할 판이다. 5살때는 비싼 한복을 사줘서 아는 동생네에게 물려주었는데, 작년에 산 한복은 너덜너덜하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15만원짜리하고 3만원짜리는 조금 다르긴 하네. 하긴 행동이 좀 더 조심스럽던 5살때와 한복을 입고도 놀 거 다 노는 6살때 입은 옷이 다르긴 하겠지. 그런데 올해는 한복을 사면 초등학생때도 입을 수 있을까? 혹여 집에 안입는 한복 있으신 분, 물려주실 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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