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바이올린
헤수스 발라스 지음, 베아 토르모 그림, 유혜경 옮김 / 아롬주니어 / 2011년 11월
절판


안드레이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인 소년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살던 이 소년은 자신의 꿈도 이루고 가족의 삶도 좀더 나아지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스페인으로 왔고,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몇가지 생각을 했다. 좀더 나은 삶을 위해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안드레이의 삶,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인 명성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이 망가지는 걸 아랑곳하지 않거나 묵인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안드레이는 불법체류 신세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살아간다. 안드레이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동안은 눈을 감아주었던 집주인도 아버지가 사라지고 안드레이 혼자 남자 길거리로 내쫓아버린다. 자신에게 소용이 있다면 불법도 묵인해주지만, 자신에게 이득이 없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버린다. 그렇지만 안드레이는 희망을 잃지 않으며 아버지가 다시 자신을 찾아와줄 때까지 공원에서 숨어 살며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위안을 삼는다.


그런가하면 바이올린 신동 에크하르트는 어른들에게 떠밀려 공연을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어버린 채 연주를 망치고 만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안드레이는 오로지 바이올린 연주만이 자신의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에크하르트는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고, 그의 이런 재주를 이용해 명성을 얻고자 하는 어른들에 의해 강요된 연주를 하게 되고 연주를 망침으로써 좌절하게 된다. 두 소년은 똑같이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연주하기를 좋아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정반대였다.



안드레이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공원에서 연주를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감동하여 공원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반명에, 모두들 극찬해마지않는 솜씨를 가진 에크하르트는 자신의 연주회에서 좌절감만 맛본다.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던져 준 옥수수알을 주워 먹으면서도 '희망'과 '꿈'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던 안드레이. 그의 연주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바로 이런 진정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그것이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삶은 많이 달라진다. 현재 내가 처한 현실이 아무리 고되고 힘겹고 어려운 것일지라도 그것은 자연스럽게 빛이 되어 나를 지켜줄 수 있다.



또 하나는 주위의 기대가 한 아이의 장래를 어떻게 망쳐버릴 수 있는지, 강요에 의해, 어른들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의 미래가 어떠한 건인지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더불어,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피치못할 사정으로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그 집주인처럼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한번 더 생각해보아야할 것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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