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시읽는 가족 13
이정환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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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동시조'라는 것을 모르고 읽었다. 그냥 동시집이려니 하고 읽다가 묘한 느낌이 들어 다시 표지를 보니 '동시조집'이란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읽더라도 한 권의 동시조집을 읽다보면 시조의 형식을 깨닫게 되는거였다. 아무렴, 동시면 어떠하고 동시조면 어떠할까?

 

한솔이는, 동시집도 참 잘 읽는다. 여기서 '잘'이란, 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라 몇 권 안되는 시집, 그것도 초등생은 되어야 읽을 수 있는 동시집 몇 권이 전부인데도 잘도 골라 가져와서 읽고 있는다는 말이다. 제딴엔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

 

생각해보면, 내가 초등학생일 때 제법 동시를 읽었던 것 같다. 교과서의 시도 읽었지만, 학교 게시판의 벽신문에 넣을 동시를 골라내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넣었던 기억이 있는 걸로 보아, 집에 동시집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시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시집은 몇 번 들춰보고 가끔 책장을 주루룩 넘기며 읽기도 한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저자의 동시가 실려 있다는 표지의 문구는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이 이 시조집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는 엄마들도 있을 거다. 나는 책이(그것이 소설이든 시집이든간에)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되어있음을 강조하는 모습이 불편하다. 그래도 이것도 요즘 추세면 추세고 유행이면 유행이겠지만.

 

검색해보니 같은 저자의 같은 제목의 동시조집이 나온다. 책에서는 이 책이 그 책의 개정판인지 완전 다른 책인지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같은 제목인 걸로 보아 개정판이지 싶다.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에 실렸다는 [친구야, 눈빛만 봐도], [혀 밑에 도끼], [될성부른 나무], [검정비닐봉지 하나]는 시조의 정형성이 잘 드러나는 동시조이다. 나는 [친구야, 눈빛만 봐도]라는 동시조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딱 고맘때, 내가 친구들한테 쓰던 편지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때는 5분 거리 안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우표를 붙여 편지를 썼는데, 단골로 등장하던 레퍼토리라고 해야할까?

 

또 [바람의 편지]도 좋았는데, 예쁜 편지들이 가득하여 나도 요즘 같은 가을 밤, 달빛 받으며 편지 한장 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바람의 편지는 은빛 지느러미 편지기도 하고 꿀 향기 편지기도 하고 가을 춤편지기도 한데, 내가 쓴 편지는 어떤 편지가 될까?

 

아이들이 읽는 동시집도 그렇지만 동시조집도 선택의 폭이 좀 넓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잠시 짬을 내어 시 한 편 읽어도 좋을 계절이니 아이들과 같이 한 번 읽어봄직하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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