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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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김유정의 소설을 읽었다. 이걸 교과서를 통해 읽었나, 책을 통해 읽었나를 생각해보면 나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 중에 재미있었다고 느꼈던 것이 하나도 없는 걸 생각하면, 이 소설이, 김유정의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표 제목으로 올라온 봄봄과 동백꽃 외에도 이 책에는 '이런 음악회, 두포전, 땡볕, 금 따는 콩밭, 노다지, 만무방'이 실려있다. 한편 한편이 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들이다. 또한 잘 살려 쓴 우리말이 맛깔나게 착착 들러붙는다. 모르는 어휘가 많지만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소설을 아이들이 읽을 때는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맨 뒤에 붙여진 주석을 참고하면 될 일이다. 허나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은 주석의 도움 없이 읽었으면 한다. 문장 속에서 자연스레 그 말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 읽은 다음에 주석을 통해 확인을 하면 될 일이다. 주석이 글 아래에 붙지 않고 맨 뒤에 붙은 것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김유정 단편 소설의 주인공들은 순박하고 우직한 인물들인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p.196 참고) 만약 그들이 현실부적응자들이었다면 우리가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 주변에 있는 영악한 인물들 때문에 속기도 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주인공의 편이 되어 응원을 하게 된다.

 

돼지고기 만두때문에 응원을 하러 간 음악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팀을 응원하다가 다른 팀에게 박수를 보내다가 지청구를 먹고는 그깟 돼지고기만두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나가버리는 주인공(이런 음악회)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기도 한다.

 

아이가 없는 착한 노인네에게 두포라는 업둥이가 들어오고, 그로 인해 집이 흥하고 잘 되는 모습을 시기 질투한 칠태의 꾐에 넘어가 마을 사람 모두가 무엇이 사실인지 알아보려하지 않고 두포를 몰아내려고 하는 모습(두포전)을 보니 군중심리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느껴지기도 했다.

 

죽어가는 마누라를 들쳐업고 병원에 데려가면서 병도 고치고 돈도 받고 하려던 남편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누라를 업고 돌아가는 장면(땡볕)에서는 애틋함이 느끼진다.

 

금따는 콩밭이나 노다지는 금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데, 금전으로 부자가 되면 좋기야 하지만 그게 누구한테나 돌아오는 기회는 아니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로또나 도박 등이 금전을 대신하고 있는 요즘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래도 그들의 행태가 얄밉지 않고 동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열심히 일해도 이것 떼고 저거 떼면 먹을 거리 하나 변변하지 못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 뉴스에서는 10억짜리 사기도박골프를 하던 일당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들이 피해자이기는 해도 동정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우리같은 서민은 10억이라는 돈이 평생을 쓰지 않고 모아도 벌 수 없는 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현대 한국소설들을 읽을 때 느껴지는 답답함(개인적인 감상이다)을 느낄 수 없었던 소설들이었다. 13세 이상 권장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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