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행 - 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한지은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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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서른이 되면 뭔가가 달라질 줄 알았다.

'서른'은 인생을 좀더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고 내 삶에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해 놓지 않은 나의 게으름을 원망해야 했다.

그리고 '마흔'을 바라보는 요즘, 나의 '서른'도 또 그렇게 지나갔음을 깨닫고 허무해졌다.

 

'준비'라는 말은 참 어렵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일 때는 더 그러하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의 마지막과 서른의 시작을 남과는 조금 다른 여행으로 보냈다.

거기서 얻은 깨달음은 현재의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조금은 수월하게 도와준 듯하다.

 

누구나 그녀처럼 여행을 떠나지는 못한다.

우리의 발목을 붙드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20대 중반쯤이라면 서른을 위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30대는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게 후회스러운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삶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나의 삼십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누군가의 말처럼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라고 용기를 내어보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해버릴 일도 아니지만, 30대 후반의 여자에게는 버거운 현실이다.

 

저자는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일을 했고,

250일동안 여행을 다녔으며,

여행카페를 열고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고리삼아 살고 있다.

 

그녀가 다녀 온 곳은, 휴양지도, 유명하 관광지도 아닌 곳이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그리고 갔다오면 뭔가 깨닫고 느낄 게 많은 듯한

인도, 네팔,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10개국이었다.

여행을 하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깨달음을 얻기에 괜찮은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20대를 정리하고 30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여행지로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part 1에서는 현재 그녀의 일상을 담았다.

여행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30대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 나는 part1을 읽는 동안 읽지도 않은 뒤의 내용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해낸 그녀에 대한 질투심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때문이었을까?

 

그러나 part2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여행이야기는 그런 생각을 떠나보내기에 충분했다.

여행을 떠난 지 얼마동안은 그녀도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듯하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일까?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유명맛집 소개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서 더 그녀의 여행이 그녀 자신을 위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글은 진지하다.

어떨 때는 현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

그러면서 점점 더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그려가는 저자의 모습이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책을 20대 중반쯤 읽으면 어떨까?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이 책을 읽으니 버리고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쉬이 떠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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