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라크슈미 여신은 온 세상을 돌며 가난하고 순수한 사람들에게 부와 축복을 내리는(p.50) 여신이다. 그리고 그 여신을 기리기 위해 빛의 축제가 열린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다. 라크슈미가 태어났을 때 이런 이름을 붙여준 걸 보면, 그녀의 삶이 부와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 속의 라크슈미는 그렇게 살 수 없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차별하는 풍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들과 별다르지 않게 살아온 우리의 과거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남자가 가진 힘이 중요시되는 시대는 이미 낡은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그 시대의 그림자는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그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동안 라크슈미의 험난한 인생이 가슴 아팠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그리고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가난한 나라에서 여자아이는 도시로 가서 남의 집 가정부가 되거나(이것은 운 좋은 일이다) 몇 푼 안되는 돈에 팔려 어딘지도 모르는 남의 나라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다. 고향에 남은 이들은 도시로 가거나 팔려간 딸아이 덕에 잠깐의 경제적 풍요를 누르지만 말 그래도 잠깐일 뿐이다. 가난은 가난을 대물림한다.

 

초경을 시작하면 아이가 아닌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기뻐해야 할 날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날이다. 엄마로부터 지켜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라크슈미는 "왜 여자들은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하죠?"(p.24)라고 묻는다. 엄마는 그게 우리의 운명이며 그냥 견디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하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라크슈미는 낯선 사람과 함께 국경을 넘어 다른 도시로 가면서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견디고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부딪힌 현실은 성매매. 이제 겨우 초경을 시작한 어린 여자 아이가 감당하기에는(성인 여성이라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 않은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해서 벌어들인 돈도 뭄타즈가 가로채고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또 그곳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이미 더럽혀진 그녀들을 받아들여주는 곳도 없다. 그곳에서 겪는 수치심과 두려움보다 어쩌면 세상으로 나왔을 때 세상이 던지는 눈길은 더 혹독한 것이기에 그녀들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녀가 미국인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라고 말하며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야할 세상은 결코 쉽지 않은 곳이겠지만 용기를 낸 그녀의 첫 발걸음이 긴 여행을 끝내고 자기 자신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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