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를 사랑한 고양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6
레나 헤세 글.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거위를 사랑한 고양이,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라는 제목이 떠오른다. '사랑'이란 걸 생각해보면 사랑해서는 안되는 대상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게 맞는 말인데, 우리가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금지'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들이 예상 외로 많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사랑해야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사랑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한솔이와 같이 읽으면서 한솔이도 벌써 그런 구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 어떻게 고양이가 거위를 사랑해?'라고 물으면서 우습다고 깔깔거린다. 정말 고양이가 거위를 사랑하면 안되는 걸까?

 

이 책의 주인공은 고양이 프레드와 거위 애너벨이다. 이 둘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사랑하는 친구이다. 프레드가 고양이이고 애너벨이 거위라는 사실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둘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지는 못했다.

 

"한솔아, 프레드랑 애너벨은 어떤 동물이니?"
"프레드는 고양이고, 애너벨은 거위예요."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
"프레드는 나무타기를 잘하지만, 애너벨은 나무를 탈 수 없고, 애너벨은 하늘을 날 수 있지만 프레드는 날 수 없어요. 또, 프레드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애너벨은 사람을 싫어해요."

 

"또 어떤 게 다를까? 한솔이가 그림을 보고 말해봐."
"프레드는 혼자 살지만, 애너벨은 여러 마리가 같이 살아요. 그리고 프레드는 어디 가지 않지만, 애너벨은 추워지면 따뜻한 곳에 가야해요. 맞아요. 애너벨은 철새예요. 그런데, 엄마, 지난번에 마당을 나온 암탉 봤잖아요. 그때 나그네랑 초록이는 청둥오리였는데 날아가잖아요. 닭은 그냥 있어야하는데 말이에요. 그거랑 똑같아요."

 

한솔이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도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다녀 온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본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다. 고양이와 거위라는 동물의 차이, 철새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는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솔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린 건 바로 이 장면이었다. 고양이가 쓸쓸하게 애너벨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모습이 꼭 잎싹이 초록이가 날아가는 장면처럼 여긴 것 같다. 마침 한솔이가 얼마 전에 에코센터에 가서 철새에 대해 보고 왔기 때문에 연관지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철새는 따뜻한 곳을 찾아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그러니 애너벨도 다시 프레드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두발로 서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프레드는 애너벨을 생각한다. 애너벨은 네발 동물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프레드를 생각한다. 프레드와 애너벨은 서로의 다른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그들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징으로 각인되고, 그리움의 단서가 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니라고 우리들은 늘 말하면서도 그것으로 서로간의 벽을 만들곤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프레드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쓰고, 에너벨은 프레드에게 선물을 보낸다. 서로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역시 다르다. 그러나 그것을 받았을 때의 감동은 방법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진하게 여겨지는 법이다. 작가는 고양이와 거위의 다른 점을 여러 면에서 표현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중요한 건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만난 프레드와 애너벨은 그들의 우정을 또다시 키워나갈 것이다. 잠시 헤어져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둘 사이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줄 것이고.

 

한솔이가 프레드처럼 편지를 써보겠다고 해서, 써보라고 했다. 아직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잘 맞지 않지만, 혼자서 쓴 두 개의 편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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