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림책 보물창고 55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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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 책을 한솔이에게 읽어주다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케이트 그리너웨이의 그림으로 보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어린이(아니, 유아)용으로 각색된 글과 그림만을 보아온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 아니었나싶다.
 

우리가 가끔 착각하는 게 있는데, 대강의 줄거리와 주제를 알고 있으면 그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 나 역시 이 그림책을 보면서, 한솔이에게 읽어주면서 느끼게 되었고, 그래도 우리 한솔이는 이런 책을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기회가 된다면, 배경이 된 하멜른도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과연 그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글이 아주 긴 페이지가 제법 있어서 6살인 한솔이는 혼자 읽으려면 힘들것같다고 말하는데, 읽어주니 재미있게 듣는다. 이야기의 재미를 알고 나면이 글밥이 많거나 문장이 길어도 스스로 읽고 싶어지니 이런 책은 엄마가 잘 읽어주면 좋을 듯하다.

 

뻔한 주제라 그런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제를 눈치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의 눈은 어른들과 달라서 정형화된 주제를 벗어나 이야기를 끌어내곤 한다. 이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까?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을까? 우와, 피리를 불었는데, 그 음악 속에 저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 그런데 하나의 부작용(?)이라면, 뚱땅뚱땅 피아노를 쳐놓곤 "엄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게요?"하고 묻는 일이 생겼다는 것.

 

피리부는 사나이가 찾아간 하멜른의 시장과 시의원들. 자기들이 급할 땐 뭐든 다 들어줄것처럼 하다가 목적을 이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싹 닦아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린이가 사라져버린 결말.

하멜른에서 어린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하멜른의 미래가 사라졌다는 것과 같다.

지금의 욕심을 채우는 행위로 인해 미래가 사라져버리는 일들이 어디 한두가지던가?

 

어른인 나는 그래서 정치가 보이고, 경제가 보이고, 사회가 보인다.

그런데, 한솔이의 마음에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가 들리고, 그 피리가 부르는 노래가 들린다.

춤을 추며 따라가는 아이들의 세계, 다리가 아픈 아이가 미처 따라가지 못해 남겨졌 때 자기만 그 아름다운 세계를 볼 수 없다며 아쉬워하는 마음에 감정이입을 하는 어린 독자의 마음, 이 이야기가 노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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