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125
앤서니 브라운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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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워낙 좋아하니까, 한솔이는 이 책도 즐겁게 읽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는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듯하다. 가끔은 '친구인데 왜 그렇게 해? 친구는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라고 말하는 걸 보면, 한솔이에게 '친구'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가 싶다.

 

책 표지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한솔아 이 책은 '우리는 친구'라는 제목인데, 누구랑 누가 친구일까? 한솔이는 그림에 나온 고양이와 고릴라가 친구라고 말한다. 한솔이에게는 작은 고양이와 큰 고릴라가 서로 친구라는 사실이 낯설지 않다. 그것은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도저히 친구일 수 없을 것 같은 대상들(물론 어른의 시각에서)이 친구가 되어 서로 어울려놀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사자와 토끼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의 책이나 그림에서는 당연히 같이 어울리는 친구로 표현한다. 물론 이 아이들도 자라면 그게 가능하지 않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겠지만, 뭐 또 그렇다고 꼭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앤서니브라운의 그림에서는 늘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들을 살펴보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 사람들과 손짓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릴라는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었지만 친구가 없어서 슬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릴라에게 '예쁜이'라는 고양이를 주었다. 고릴라와 고양이는 서로 친구가 될 수 잇을까?

 

무엇이든 함께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던 고릴라와 고양이. 이 둘의 모습은 아이들의 모습처럼 천진난만하다. 한솔이가 친구들과 놀 때처럼 그들도 친구가 되어 놀았다. 그러던 어느날 고릴라는 영화를 보다가 화가 나 텔레비전을 부수었다. 그 영화는 '킹콩'. 사람들은 고릴라가 난폭해졌다고 생각하고 고양이를 함께 두었다간 큰일날거라 생각했는지 데려갈려고 한다. 그때 고양이는 고릴라를 위해 손짓말을 전해준다.

 

아이들의 관계든 어른의 관계든, 그들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때가 많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거나, 결혼을 하면 그들을 향한 입방아는 쉴새없이 찧어진다. 당사자들과는 상관없이. 고릴라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다. 고릴라가 왜 텔레비전을 부수었는지, 그게 고양이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눈앞의 상황에서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댄다.

 

살면서, 이렇게 관계를 차단당하거나 단절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는지? 고양이는 고릴라가 왜 텔레비전을 부수었는지 안다. 그러니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으리란 것도 안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한솔아, 너도 친구의 입장을 여러 번 생각해보기 바래. 친구란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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