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전용탈것, 빗자루 ^^

빗자루 타고 씽씽씽 ㅣ 그림책 보물창고 54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8월

마녀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마녀 위니를 떠올리는 한솔이에게 새로운 마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러고보면 서양의 이야기재료로 '마녀'는 참 다양한 소재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마녀의 이미지는 언제나 나쁜 존재였다. 착한 일을 하는 '요정'과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솔이가 접한 '마녀'는 약간 엉성한 마녀이다. 나쁜 일을 하려다 실수를 하고 에기치 않은 결과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속의 마술사(대부분 남자다)들과는 달리 책에서 만난 마녀는 나쁜 의도를 가진 마녀이기보다는 일상생활을 하는 마녀가 실수도 하고 예상 밖의 결과로 당황해 한다. 그러다보니 한솔이와 나는 '마녀'에 대해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물론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여왕도 마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한솔이에게는 그저 나쁜 왕비일 뿐이고 인어공주를 괴롭히는 바다마녀도 바다괴물일 뿐이다.

 

'빗자루 타고 씽씽씽'에 나오는 마녀는 어떤 마녀일까?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마녀이다. 게다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며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 여기까지는 별다를 바 없다. 표지 그림에서 둥근 달이 뜬 밤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도 아주 전형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새로울 게 없는 이미지이다)

 

그렇지만 책을 펼치고 내용을 보면 약간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선 내용이 대화체인데다가 의성어가 충분히 사용되어 동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가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고 그 모자를 주우러 땅에 내려서서 다른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마녀의 전용 탈것인 빗자루에 좀 태워주기를 바라는 동물들. 물론 마녀의 모자나, 리본, 지팡이 등을 주워주고 그 답례로 태워주는 설정이지만,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동물들의 태도는 정중하다. 그리고 마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태워준다. 신이 난 개구리때문에 두동강난 빗자루에서 모두들 떨어지고 마녀는 용에게 잡아먹힐 신세가 되는데, 마녀의 빗자루에 타고 있던 동물들이 합심하여 마녀를 구해준다.

 

가장 힘이 셀 것 같은 마녀가 다른 동물들의 도움을 받고 그 동물들에게 더 멋진 빗자루를 만들어 태워주는 마녀.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부탁해야 할 상황과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 상황을 많이 마주친다. 때로는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배려해주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 그림책을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그림책에서 그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배울 수 있다. 이 책이 그러하다.

 

마녀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만, 힘이 되는 친구들을 조건없는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도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