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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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태일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 1학년때였다. 그전까진 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전태일만이 아니라 열사라 칭해지는 그 모든 사람을 다 나는 알지 못했다. 관심이 없어서였다기보다 그들을 대중적으로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그를 만났다. 그때의 느낌은, " 왜 저 사람은 그렇게 죽어야했을까?"가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죽음으로써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나?"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서 그는 또다시 내게서 잊혀져 갔다. 그를 잊었다고 아무도 나를 뭐라하지는 않았다. 노동운동을 했던 그 많은 친구들도 각자의 생업에서 정신없이 사느라 바빴으니까.

 

나는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전태일'을 만나는 또다른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전태일은 내가 대학생 때 만났던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태일'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같을지라도 그를 만나는 방법은 시대를 따라 조금은 가벼워졌다. 물론 우리 시대의 동명이인 전태일들의 모습은 열사 전태일이 원했던 삶에서 우리가 얼마 달라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나 역시 또 한명의 전태일이 될 수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부당한 대우도 참고 넘기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어도 그마저도 잃어버릴까봐 소리내지 못하는 삶. 그게 바로 지금 나의 현실이자 수많은 서민들의 삶이다. 얼마동안 시간강사 생활을 하면서 나는 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며칠 전 뉴스에 시간강사도 교원으로 인정해준다는 소식이 들려오긴 했지만, 학생들에게는 '교수' 소리를 들어도 정작 현실은 일용직도 아닌 파트타임직이었으니 배웠다는 사람들도 그 현실에 대항하지 못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닌 목소리를 내어주길 바랬던 적도 많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1박2일의 복불복처럼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걸 알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 속에서 만난 전태일은 현실 속의 전태일이다. 내가 현실 속의 전태일이었듯이 우리 모두 전태일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거의 전태일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소리내지 못한 전태일들이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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