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꿈 노란상상 그림책 4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노란상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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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한솔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책이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지만,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의 꿈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어릴 때 '꿈'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바로 지금 내 앞에 닥친 현실만으로도 무척 바빴으니까.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좇아가며 살고 있다. 때로는 성공을 하고, 때로는 좌절을 하지만, 아예 꿈이란 게 없었던 나보다는 그들이 더 잘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가끔 사람들은 '직업'과 '꿈'을 혼동하곤 한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은 '꿈'이 아니다. 다만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는 있다. 나는 어렸을 때 그저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르치는 것'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고, 또 '가르치고 있을 때'야말로 신이 나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가르치는'직업을 갖겠다고만 생각했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에야 수동적으로 '가르치는'단계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이것이 좀더 구체화된다면 내게도(아직 남은 삶동안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는 것이겠지.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

아버지의 집은 단단히 바위에 뿌리박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마음 속으로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현실은 바위에 뿌리박힌 집처럼 땅에서 떠날 수 없지만, 그의 꿈을 하늘을 훨훨 나는 것이었다. 밤낮으로 희망의 날개를 만들던 아버지는 지치고 힘들어 멍하니 있을 때도 있었다. 꿈이란 게 늘 그렇듯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때로는 현실의 생활을 잊어버린 채 몰두하기도 한다. 꿈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 속 아버지처럼 잠시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살다가도 다시 그 꿈을 좇아 몰두하곤 한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 그림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직업'에 매여 회사와 집을 오가기만 하거나, 무게를 잡고 근엄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내게도 저런 기억은 거의 없다. 지금의 아버지들은 예전과 많이 달랐졌지만, 아이들의 삶도 많이 달라져서 서로 엇박자를 이루곤 한다. 아버지보다 더 바쁜 아이들의 일상에 부모가 낄 자리가 있기나 한 것인지.

단 한번도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카키색 옷을 입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는 하늘을 난다.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루었다기보다는, 아버지의 꿈을 늘 곁에서 지켜보며 자란 아들이 자연스레 그 길을 가게 되엇을 것이다. 어떤 부모는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련으로 아이들을 자꾸 바쁜 일상 속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부모가 노력하고 꿈을 이루기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며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다.

아들은 하늘을 나는 아버지의 꿈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누어주며 산다. 아버지의 꿈이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면, 아들은 그 기술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가치를 이루어내었다. 이제 그 아들의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의 꿈이 되살아날까?


한솔이는 커서 화가, 발레리나,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아이가 되고 싶은 직업은 무엇을 얼마나 보고 경험하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아직은 어려서 저 직업들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제 그 직업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며 살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는 엄마인 내가, 부모가 몸으로 보여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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