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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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광복절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광복절이라는 생각도 거의 없이 하루를 보냈다.
하루 하루가 지나면서 40대를 바라보는 나조차도 광복절은 희미해져 간다.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광복절에 읽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그렇게 되었다.
책을 눈앞에 놓고 생각하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의 만행과, 그들의 역사왜곡을 전해 줄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비단 그들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그 시대를 몸으로 겪었던 분들이 다들 그렇게 세월 앞에 사라지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진실을 알지 못한 태 묻혀져 가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 역사가 왜곡되고 자신들의 입맛에 변형되면서, 과거의 기록은 진실은 음폐한다.
몇 십년 전의 일뿐만 아니라 바로 어제, 오늘의 일까지도 가려지고 숨겨지는 일은 허다하다.
더군다나 그 사실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이 책은, 은비라는 아이가 새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서 만난 황금주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은비는 위안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옆집 할머니가 미국에 간 동안 할머니의 화분을 보살펴 주면서 위안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은비는 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오고 난 후에 모르는 사람에게 봉변을 당할 뻔 했다.
다행히 도망을 치기는 했지만, 은비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른 이들이 알까 두렵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부모님에게 화를 낸다.
은비가 알게 된 황금주 할머니의 어린 시절, 꽃다운 처녀시절의 이야기는 그런 은비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 자신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할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공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다. 자신이 비슷한 일을 겪거나 그 속에 던져지지 않는 이상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강제로 겪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광복이 되었음에도 그들에게 자신들의 망가진 삶을 보상받지 못했다. 아니, 보상은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발뺌하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살아있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누가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그들은 실제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그 용기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우리는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최소한의 사실조차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은비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다른 아이들도 조금씩 알아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모래시계 속의 모래처럼 사라지는 할머니들.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다. 그때 그 일에 대해 사죄를 하는 것,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할머니의 아픔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해방되었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할머니들의 아픔.
우리 주변에는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뿐만 아니라 일본에 끌려가 원폭피해자가 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독립을 위해 모진 고생을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그때 일본에 빌붙어 자기 배만 채웠던 이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책 한권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제의 무관심을 반성하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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