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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지난 달에 한솔이는 메밀 씨앗을 심었고, 그 씨앗은 싹을 튀우고, 자라서 꽃이 피었다.
씨앗 하나가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렇게나마 관찰을 했던 한솔이는, 매일 물을 주면서 잎이 시들시들하지는 않은지, 꽃이 몇 개나 피었는지를 살펴본다. 언젠가 집앞에 자생적으로 피었던 민들레를 할아버지가 뽑아버렸을 때 섭섭해하던 한솔이. 제 스스로 씨앗을 심고 꽃이 피우면서 또다른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안의 씨앗'이라는 책을 보여주면서, 씨앗이 자라는데 무엇이 필요한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한솔이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에 동화가 겹쳐지면서 더 효과적인 이야기 읽기가 된 것 같다. 씨앗을 받아 든 동자승들이 어떻게 하면 싹을 튀울까 고민하는 모습 다음에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이 보여진다. 본은 괭이를 찾고, 정은 화분을 고른다. 그런데 안은 씨앗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둔다.
본은 눈덮인 땅 속에 씨앗을 묻고, 정은 연꽃에 관한 책을 읽는다. 안은 자신이 해야 하는, 그리고 평소에 하는 일을 한다. 성급하게 씨앗을 심은 본은 씨앗의 싹을 튀우지 못했고, 정은 책에서 본대로 화분에 흙을 넣고 씨앗을 심은 다음 따뜻한 곳에 두었지만, 금으로 만든 화분에 옮기고 뚜껑을 덮은 것때문에 죽고 말았다. 안은 봄이 오자 연못 한쪽에 씨앗을 심었고 꽃을 피운다.
세 동자승들이 하는 행동은 비단 식물을 키우는 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세가지 유형을 나타낸 듯하다. 일의 선후를 따지지 않고 성급하게 행동한 본, 책의 지식과 정보를 이용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정, 그리고 때를 기다려,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심은 안의 행동은 우리들의 행동과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해야 할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쫓아 성급하게 행동하는 모습의 현실의 정치적 이슈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인간의 오만함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알게 한다. 아름다운 화분에 심었지만, 정작 씨앗이 필요로 하는 햇빛과 물을 얻지 못한 정의 씨앗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는다.
봄을 기다려 연꽃이 자라기 좋은 연못가에 씨앗을 심은 안을 봐라. 적당한 때와 적당한 장소, 그리고 씨앗을 싹튀우는 자연의 힘. 우리는 그것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